매일신문

[아목의 한국보기] 仲秋(중추), 한국에서 추석입니다

추석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음력설 다음으로 중요한 명절입니다.

중국과 한국 등 유교문화권 국가에서 명절이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가족'친척들이 멀리 떨어져 살게 되면서 추석은 조상에 대한 제사 못지않게 가족들이 다시 모여 가족애를 다시 확인하고 결속을 다지는 날로서의 의미가 커졌습니다.

중국에서도 중추절에는 한국만큼이나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월병(月餠)을 먹거나 달 구경을 하는 등 전통적인 풍습들이 많습니다.

음력 8월 15일의 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고 둥글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일명 월석, 팔월절이라고 합니다.

이날 둥근 달을 보는 것은 추석의 빼놓을 수 없는 풍습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처럼 멀리 타향에서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친척에 대한 그리움을 달 구경을 하면서 달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달 구경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뉴스를 보니 추석 다음날인 23일 구름 사이로 비친 보름달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환했다고 하더군요.

중국의 추석 풍습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월병 먹기입니다. 월병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정확한 기원은 아직 확실히 고증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문헌에 따르면 월병은 중국 남송(南宋) 시대부터 전해지는 과자로, 음력 8월 15일에 둥근 달의 모양을 상징해서 만듭니다.

중국인들은 밤'수박'배'감 등 둥근 과일과 함께 월병을 달에 바쳤으며, 가까운 이웃과 서로 나누어 먹고 행복을 빌어줬습니다. 월병은 종류도 다양하며 산지에 따라서 혹은 맛에 따라서 소나 겉을 둘러싸는 피, 또는 겉모양에 따라서 분류하는 방법도 아주 많습니다. 간단하게 지방에 따라 나누면 베이징식, 광둥식, 쑤저우식 등으로 분류할 수가 있지요.

또한 중국은 땅이 넓기 때문에 지방마다 먹는 추석 음식이 조금씩 다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난징 사람들은 월병을 먹는 것 말고 반드시 오리 요리를 먹는다고 합니다. 쓰촨 사람들은 참깨떡, 꿀떡 등을 먹습니다. 산시성 사람들은 추석이면 반드시 수박을 먹고요. 물론 중국도 추석 때 가족 모임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여러 이유로 고향 못 가는 사람들도 많지요.

저는 고향을 떠나서 벌써 여섯 번째 추석을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번 추석날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2010년 9월 22일은 제가 한국에 온 지 딱 6년째 되는 날입니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끼게 됩니다. 한국에서 첫 추석날 고향에 있는 부모님과 친척, 친구를 생각하면서 혼자 기숙사에서 보냈습니다. 또한 초대를 받아 교수님 집에서도 보내봤고, 고향에 못 간 친구들과 모여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타향살이의 아픔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타향에서 6년째 추석을 맞으니 추석은 저한테 그냥 연휴뿐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무려 9일간 이어진 이번 추석 연휴는 최고였습니다. 긴 연휴이기는 하지만 연휴가 끝나면 졸업을 위해 종합 시험을 봐야 하기 때문에 어디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 외국인 친구들이랑 놀이공원에 다녀오고 영화도 보고 그랬습니다.

이제 추석 연휴도 끝나고 다시 학교 생활로 돌아가야 하겠지요. 이제 졸업반인 만큼 내년 추석은 한국에서 보낼 수 있을지 아직 모를 일입니다.

고국에 돌아가 있거나 미국, 일본 아니면 올해처럼 한국에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디에 있든지 매년 추석이 되면 '한국에서의 추석'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고향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가족과 떨어진 한국에서의 '추석'은 저에게 진정한 '추석'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계기가 됐습니다.

엄청나게 도시화가 돼 있지만 '추석'이란 전통 명절을 소중하게 느끼는 한국 사람들을 보며 가족과 고향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으니까요.

무탈리푸 케레무'영남대 석사과정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