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중·남·북구의회 의정비 인상 움직임

구청 재정 열악한 상황서 추진…주민들 '밥그릇 챙기기' 비판

전국 기초의회가 저마다 내년도 의원 의정비 동결을 선언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 일부 기초의회가 의정비 인상 움직임을 보여 눈총을 받고 있다. 대구 8개 시·군이 재정난으로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음에도 중·남·북구의회만 의정비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민들은 의원들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해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것이다. 액수는 연말까지 각계 인사로 구성한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결정하게 되지만 의회가 동결 방침을 내놓으면 별도 절차 없이 그대로 확정된다. 전국 각 기초의회의 의정비 과다 책정 논란이 끊이지 않자 행정안전부는 2008년부터 의원, 주민 숫자 등을 고려해 기준액을 발표하고 기준액의 ±20% 범위 안에서 의정비를 자율 결정하도록 유도해왔다.

대구에서는 24일 수성구의회가 의정비 2년 연속 동결을 선언하면서 내년 의정비를 동결한 의회는 5곳으로 늘었다. 동결을 선언한 의회중 달서구와 달성군은 재정에 여유가 있어 2011년 행안부 제시 기준액보다 많아 동결을 선언했고, 나머지 3개 의회는 기준액에 못 미쳤으나 내년 의정비를 동결했다.

중·남·북구의회는 구청의 재정이 아주 열악한 상황인데도 의정비를 인상하려 하고 있다. 한 구의원은 "사실 의정 활동을 제대로 하려는 의원들은 다른 직업을 갖기 쉽지 않은데 250여만원 정도로는 가장 노릇까지 하기가 쉽지 않다"며 "받은 만큼 일을 잘하느냐가 아니라 의정비 인상 자체에만 관심이 쏠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하지만 각 지자체가 재정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의정비 인상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대구 각 구청에 따르면 2010년 지역 8개 시·군 재정 자립도는 15~38%선에 불과하다. 8곳 평균 재정 자립도는 23.89%이고 가장 높은 달성군이 38.6%에 머물고 있다. 의정비 인상을 고려 중인 중·남·북구의 재정 자립도는 각각 30.6%, 15.93%, 18.8%다.

시민 박종용(34) 씨는 "서민들 가계에는 주름살이 늘어만 가고 경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데 의정비를 인상하겠다니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선거 때 외에 얼마나 주민들에게 다가가고 살피는지 먼저 자문해보면 의정비를 올리자는 말은 쉽게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구청 공무원은 "예산이 넉넉지 않아 장기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적어도 수백만원 예산이 들어가는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열게 해 의정비를 올리려는 의회가 곱게 보일 리 있겠느냐"며 "의정비 인상 주장을 고수하면 의원들 스스로가 구의회 폐지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라고 지적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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