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실 침상에 누워
포도당 수액이 한 방울씩 천천히
맺혔다가 떨어지는 것을 보는 일은
명상적이다
깊은 생각에 잠긴 성 어거스틴의
한숨 같기도 하고
누가 세례 받던 날 숨어서 흘린
눈물 같기도 하고
장충동 분도회관 조광호 신부 방의
바늘 하나짜리 시계 같기도 하다
수액 한 방울 힘들게 맺혀
오래 망설인 후
단호히 결심하고
뚝 떨어진다
한 방울의 참회에 우주를 담아
오래 기도한 후
눈물로 떨어질 때
보석보다 아름다운
평화가 온다
그저께 오랜만에 추석 안부전화를 넣었던 이모님에게서 이종사촌 아우가 많이 아프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지난 늦봄, 오래 다니던 건설회사에서 퇴직하고 어머니와 형제들이 사는 미국 여행을 한 달가량 하던 끝에 이국의 모진 병균이 침입해 심한 췌장염을 앓았던 게 발병(發病) 원인이었다는군요.
귀국 후, 복수가 차올라 입원을 반복하며 오랜 금식 끝에 많이 쇠약해졌다는 소식에 이모님이 급거 귀국해 간병을 하신다 하네요. 심한 염증으로 췌장이 많이 망가졌고, 금식하며 수액으로 버티는 아우의 체중이 형편없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이모님의 울먹이는 음성에 제 마음도 몹시 아팠습니다.
아우는 급격히 초췌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듯, 아무도 면회 오길 바라지 않는다는군요. 아우가 오랜 고통 끝에, 떨어지는 수액을 바라보며 "한 방울의 참회에 우주를 담아/ 오래 기도한 후/ 눈물로 떨어질 때/ 보석보다 아름다운/ 평화"를 맞이하였기를 기원해 봅니다. 아우도 충분히 오랫동안, 한 방울씩 천천히 떨어지는 포도당 수액을 가만히 바라보았을 테니까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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