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용 루페(Loupe·확대경)라는 첨단 의료기기 시장에 '국산화' 도전장을 낸 지역 업체가 있다. 지난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해 '메디시티'를 꿈꾸는 대구 입장에서 이 업체는 진흙 속에서 발견한 진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업체의 외형은 아직 보잘 것 없지만 이미 북유럽 시장에서 호응을 얻는 등 의료기기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알에서 깨어난다
대구시 서구 한국폴리텍6대학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해 있는 ㈜미남옵틱스(대표 정상택)는 종업원 3명의 조그마한 업체다. 사무실 공간도 10평 남짓한 초미니에다 대표의 부인과 아들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가족벤처기업. 하지만 1998년 설립했으니 역사는 10년이 넘었다. 정상택(47) 대표는 "그동안 기술개발에 매진하다 보니 기업을 키우는데 소홀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는 의료용 루페 시장을 'made in korea'로 바꾸겠다는 정 대표의 고집이 만든 결과다. 루페는 독일어로, 눈 가까이에 놓인 물체를 먼 데에 떨어져 있는 상으로 바꿔놓음으로써 육안으로 보이는 것보다도 크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광학적 기능을 가진 의료기구다.
그의 끈질긴 소망은 지난해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대구경북중소기업청의 눈에 띄어 프랑스에서 열린 안경광학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외부에 알린 미남옵틱스의 기술력을 해외 바이어들이 인정한 것. 수백만달러의 수출계약 실적을 올렸다. 이후엔 북유럽 바이어들이 대구를 직접 찾아 주문하는 등 수출이 늘고 있다. 2008년 9천만원에 불과했던 미남옵틱스의 연간 매출액도 지난해 4억3천만원으로 껑충 뛰었고, 올해는 1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매출의 95%를 해외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점점 퍼지고 있어 국내에서의 주문량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어깨동무
지난해 대구경북중기청과 함께 떠났던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시장개척 활동에서 유럽 바이어들은 동양의 한 조그마한 업체가 만든 의료용 루페와 LED 라이트 제품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고 중기청 관계자는 전했다.
미남옵틱스가 개발한 'TTL 루페'가 호평을 받은 것은 개인 맞춤형에다 기존 루페의 5분의 1 수준인 무게 때문이다. 더 가볍고, 더 선명한 제품에 반한 것. 특히 의사에 따라 다른 시력과 동공 간 거리, 어느 부위를 많이 보는지 등을 고려한 맞춤식 루페라는 점이 인기몰이의 비결.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정 대표는 꼬박 7년이라는 세월을 투자했다. 그가 의료용 루페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것은 1983년 농기계 전문 생산업체에 입사해 농기계에 탑재된 감지부품 광학렌즈 가공 일을 하면서부터다. 그는 "당시 한 스웨덴 기술자와 일을 하게 됐는데, 그에게 들은 의료용 렌즈 시장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이를 위해 그는 3곳의 직장을 옮겨다녔다. "루페는 안경에 석영을 가공한 렌즈를 부착하는 기술이 핵심이어서 석영가공·연마하는 업체와 안경생산 업체에서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옮겼지요." 1998년 미남옵틱스를 창업하기 위해 20년 가까운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메디시티 대표 기업으로 도약
이 업체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광중합성 차단 기능을 갖춘 의료용 라이트도 주목받고 있다. "치과병원에서 시술할 때 상처 난 치아를 긁어낸 뒤 치료약품을 바르는데 이 약품은 불빛이 비치면 금세 굳는 습성이 있어요. 빛에 있는 UV(자외선) 때문인데, 따라서 그동안의 라이트는 UV를 차단하는 필터를 사용해야 했지요.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라이트는 UV를 자체 차단하는 기능이 있지요." 정 대표는 "전세계에서도 이를 개발한 업체가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자랑했다. 중기청이 선정하는 중소기업 수출유망 기업은 물론 중소기업 수출기업화에 두 번이나 선정된 배경이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개발한 미남옵틱스의 의료용 루페와 라이트는 최근 의료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관심이 폭증하고 있다. "얼마 전 삼성코닝이 PC패널 오류 검사 과정에 미남옵틱스의 의료용 루페와 라이트 세트를 활용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어요. 현재 계약이 진행중인데, 성사가 될 경우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지요."
미남옵틱스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으로 메디시티를 꿈꾸고 있는 대구의 대표 의료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정 대표는 "조만간 확장 이전하고 고용도 확대할 생각인데, 앞으로는 기업을 키우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대구시가 외부업체 투자유치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지역의 경쟁력 있는 업체 발굴 및 지원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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