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가 제 2의 고향입니다. 저에게 너무 절실했던 사랑을 듬뿍 안겨준 시댁 가족들과 구미를 위해 열심히 살아서 성공한 모습을 친정 부모와 친척들께 보여주겠습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꿈'을 반드시 실현시키고 싶습니다."
가정형편으로 대학진학의 꿈을 접고 2001년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체에서의 첫 직장생활이 계기로 돼 2003년 구미와 인연을 맺게 된 베트남 호치민 동나이성(省)출신 국제결혼 이주여성 도티 빛융(28)씨. 그녀는 한국 기업체에서의 근무, 특히 구미에서의 직장생활이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았고 여러 가지의 꿈도 갖게 됐다고 한다.
구미 직장생활 중 만난 남편(43세)과 2005년 결혼, 2006년 구미에 정착해 네살 아들까지 둔 그녀는 현재 통번역업무를 맡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결혼이주여성가정 방문상담·한국인 시어머니 상담 봉사, 다문화봉사단·다문화예술단 참여 등으로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 고향사람들의 구미(한국)정착을 돕기 위한 '토털서비스'활동으로 그녀는 '열성파 이주여성'으로 통한다. 토, 일, 휴일이 따로 없을 때도 많단다.
이런 와중에 그녀는 여러 개의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물론, 그 꿈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첫 꿈은 포기했던 대학진학인데 조만간 실현될 것 같단다. 베트남에서의 진학은 힘들게 됐지만 시댁 어른들과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으로 대학에 진학할 예정이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내년 입학이 목표다. 도티씨는 "한국어 실력이 더 좋아지고 있어 대학진학 꿈 실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두 번째 꿈은 갈수록 늘어나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겪는 어려운 일들을 해결해 주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것. 첫 째 꿈은 두 번째 꿈을 좀 더 잘 이뤄내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너무 많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외롭게 방치돼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문제점들이 적지 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녀는 두 번째 꿈을 위한 또다른 바람을 갖고 있다. 바로 봉고차량을 손수 몰고 다니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태우고 최근 구미 형곡동에 문을 연 다문화도서관인 '모두'를 이용하도록 돕는 것. 이곳에는 다문화자녀들을 위한 다양한 책, 자료들이 있고 질 높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는데도 정작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그녀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오던 이런 꿈들을 이뤄내기 위한 행동을 시작했다. 먼저 지난해 4월, 2종 운전면허증을 땄고 남편 차를 이용, 구미지리도 익히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1종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았단다. 구미의 읍·면·동을 돌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태워서 '모두' 도서관을 오가기 위해서는 봉고차 같은 큰 차 운전이 필수인 그녀에게는 무엇보다 기쁜 일이다.
이를 위해 이미 이주여성 20여명으로부터 자원봉사 참여 약속도 받아두었단다. "아직은 큰 차를 모는 꿈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일단 준비를 갖췄다"고 도티씨는 밝게 웃는다.
한 달 평균 50~60건의 각종 상담을 해내는 도티씨는 "한국남편들이 술 마시고 폭력을 휘두르거나 외국인 아내들을 함부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지적하고 "한국 남편들이 보다 넓은 생각으로 아내와 자녀들을 살펴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한 집안의 며느리이자 가정주부로, 아내로, 어머니로, 또 통번역 업무를 하는 직장인으로, 자원봉사자로서의 다중(多重)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사랑을 아끼지 않는 시댁 가족들 , 특히 남편의 배려에 그녀는 늘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단다.
"구미에 시집와서 사랑을 많이 받아 행복하다"는 그녀의 꿈들이 이뤄지고 자신이 누리는 행복이 바이러스가 되어 모든 이주여성 및 다문화가정에까지 퍼지길 바라는 그 마음에서 '행복전도사'의 사명감마저 느껴진다. 도티, 그녀가 이루고 있는 행복만큼 모든 다문화가정의 여성들도 여성의 행복을 이루기를 염원해본다.
매일신문 경북중부지역본부· 구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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