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펀드 마음고생' 개미들, 직접투자로 맘 돌렸다

직장인 김재호(가명·36) 씨는 그동안 외면했던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할 계획을 세웠다.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 안착하면서 반토막났던 펀드가 원금을 되찾게 된 덕분이다. 김 씨는 펀드를 환매하고 여윳돈을 더한 5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하기로 한 것. 적은 돈으로도 많은 주식을 살 수 있는 코스닥시장 대신 수량은 적지만 올 들어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코스피시장의 우량 종목 위주로 투자할 생각이다. 그는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펀드나 은행 예금보다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게 높은 수익을 올릴 것 같다"며 "중소형주보다 실적이 탄탄한 대형 우량주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펀드로 마음고생을 하던 개미들이 주식 직접 투자로 돌아서고 있다. 최근 들어 코스피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돌파하면서 펀드 투자에서 원금을 회복한 개미들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는 것. 손 큰 개미들이 이미 자문형 랩으로 대거 이동한 데 이어 소액 투자 개미들도 증시로 귀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단기 테마주나 코스닥 중소형주로 '대박'을 노리던 과거와 달리 우량 종목 위주로 투자를 계획하는 점도 달라진 현상이다.

◆증시로 돌아오는 개미들

최근 지역 증권업계에는 펀드 등 간접 투자 대신 증시에 직접 뛰어들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금액이 3억원을 넘는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이미 자문형 랩어카운트로 방향을 돌렸고, 자금이 부족한 소액 투자자들은 직접 투자로 선회하고 있다는 것. 원금을 회복한 펀드를 환매하거나 은행에 묶어뒀던 여유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유형이 대부분이라는 것. 주복용 신한금융투자 시지지점장은 "최근 펀드 환매 후 직접 투자나 특정 종목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펀드도 유망한 만큼 무작정 환매하기보다는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차원에서 증시 직접 투자를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주식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포함한 활동계좌 수(6개월 내 거래가 있는 계좌)는 지난달 27일 1천721만6천209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뒤 1천710만~1천720만 개를 유지하고 있다. 활동계좌 수는 지난해 1월 1천200만 개로 뚝 떨어졌다가 21개월 만에 500만 개 이상 늘어났다. 고객예탁금도 불어나고 있다. 지난 8월 말 12조원대로 줄었던 예탁금은 이달 20일 현재 13조3천20억원으로 6천억원 넘게 늘었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액도 이달 17일 5조755억원으로 2007년 8월 5조1천323억원 이후 3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섣부른 단기 투자는 위험

개인들의 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데는 주가가 박스권을 뚫고 상승세를 보이는데다 국내외 리스크는 줄어든 덕분이다. 금리가 바닥을 헤매는 은행 예금이나 마음고생했던 펀드보다는 주식 투자가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는 것. 주복용 지점장은 "최근 일부 우량주가 주가를 이끌면서 개인 투자자들도 '우량주에 투자하면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의 직접 투자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특히 자문형 랩의 경우 시장을 웃도는 수익률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더욱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월 말 8천774억원이던 국내 10대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액은 8월 말 2조8천766억원으로 급증한 뒤 이달엔 3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당분간 저점과 고점을 함께 높이는 우상향 박스권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섣부른 '몰빵' 투자는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또 올 연말쯤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어 단기 투자는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최영준 삼성증권 시지지점장은 "요즘 개인투자자들은 과거처럼 대박종목을 노리고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단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지 말고 기업의 부채비율이나 유동부채 등 재무구조가 우량한지 먼저 판단하고 외국인이나 기관 매수 종목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