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태극소녀, 정신력으로 조직력 이겼다

볼 점유율 46%, 슈팅수 15대37로 열세…위기 때마다 만회골

담력과 위기 관리 능력의 승리였다.

한국 U-17 여자대표팀은 26일 트리니다드 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의 해슬리 크로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FIFA U-17 여자월드컵 결승전에서 연장전 등 120분간의 혈투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3대3 무승부를 기록한 뒤 승부차기 끝에 5대4로 일본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한국은 정교한 패스와 조직력, 개인기 등을 앞세운 일본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이날 한국의 볼 점유율은 46%로 일본에 뒤졌고, 슈팅 수에서도 15대37로 압도당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 골을 터뜨리는 골 결정력과 실점 후 바로 만회골을 넣는 위기 관리 능력,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경기를 뒤집는 대담한 경기 운영 능력 , 정신력으로 일본을 제압했다. 1대0, 1대2, 2대2, 2대3, 3대3 등 역전과 동점이 반복되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예측 불허의 상황이 120분간 계속됐고, 이어진 승부차기에서도 마지막까지 승패를 점칠 수 없었다.

전반 초반은 한국의 분위기였다. 전반 6분 이정은(함안대산고)이 패널티 아크 부근에서 오른발 강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전반 11분 나오모토 히카루가 중거리슛으로 동점을 만들고, 6분 뒤인 전반 17분 다나카 요코가 중거리포로 역전시키면서 경기 주도권은 일본으로 넘어갔다. 그대로 전반이 끝날 것 같던 추가시간에 주장 김아름(포항여자전자고)이 통쾌한 프리킥으로 동점을 만들며 극적으로 따라붙었다.

후반 들어 반격에 나선 일본은 후반 12분 가토 치카의 골로 다시 한 발 앞서갔다. 이후에도 일본의 거센 공격이 이어지면서 여러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했다. 그러나 후반 33분 김나리 대신 교체 투입된 이소담(현대정과고)이 1분 만에 기가 막힌 25m 중거리 슛으로 기어이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며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해 결국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차기가 이어졌다.

한국은 첫 번째 키커 이정은의 득점 실패와 일본 1번 키커의 골 성공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당황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5번까지 4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키며 4대4 균형을 맞췄다. 이어진 서든 데스. 단 한 번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지는 피 말리는 상황에서 일본의 6번째 키커가 크로스바를 맞추는 실축을 범하는 사이 한국의 장슬기가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켜 마침내 길고 길었던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다른 팀을 압도하는 골 결정력을 자랑했다. 한국이 6경기에서 날린 89개의 슈팅 중 골문 안으로 향한 유효 슈팅은 59개로, 18개가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는 2위 일본(152-85-20·총 슈팅-유효 슈팅-득점 순), 3위 스페인(106-52-13)보다 크게 앞선 것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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