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내 축구사 새로 쓴 U-17 여자 월드컵 우승

U-17 여자 축구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국가대표팀은 26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일본과 연장전까지 3대 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 4로 이겼다. 이 승리로 한국은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대회의 우승국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결승전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우승의 주역인 여민지는 최우수 선수, 득점왕으로 3관왕이 됐다.

이번 우승은 우리나라 여자 축구 현실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국내에 등록된 여자 축구 선수는 모두 1천400여 명이다. U-17 선수는 345명뿐이다. 그 중에서 선발된 21명이 국내 축구사를 새로 쓴 것이다. 이는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정신력의 결과다. 예선은 가볍게 통과했지만 준준결승부터는 고비의 연속이었다. 나이지리아전에서는 0대 2로 뒤지다 6대 5로 대역전승을 거뒀고, 준결승에서도 스페인에 2대 1로 역전승했다. 결승전에서 어린 우리나라 소녀들은 자신이 가진 모든 기량과 체력을 쏟아부어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를 만들어 냈다. 선제골 뒤, 동점과 역전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후반 34분 이소담의 중거리 슛으로 동점을 만들어 결국 우승을 일궈냈다.

우리나라 여자 축구는 이번 우승과 함께 지난달 U-20 월드컵에서 3위에 올라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선수와 대학'실업팀이 부족해 진로가 불투명한 탓이다. 그동안 세계 정상이던 남녀 핸드볼이나 하키 같은 종목도 비인기 종목인 탓에 육성책이 뒤따르지 않아 최근에는 부진하다. 여자 축구도 이들 종목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어린 선수들이 꿈을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제2, 제3의 여민지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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