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消化

콜라겐은 세포와 세포의 틈을 메워주는 단백질이다. 피부가 탄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성분이다. 그러면 이를 많이 섭취하면 피부를 탱탱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는 그렇다.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콜라겐은 소화관 내에서 아미노산으로 잘게 쪼개져 흡수된다. 그 흡수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흡수된 아미노산은 혈액을 타고 온몸으로 흩어져 새로운 단백질의 합성 재료가 된다. 하지만 이 아미노산이 반드시 체내 콜라겐의 원료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은 콜라겐이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콜라겐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은 글리신, 프롤린, 알라닌과 같이 흔하디 흔한 아미노산으로, 다른 단백질 식품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똑같은 아미노산인 만큼 그것이 콜라겐에서 온 것인지 다른 식품에서 온 것인지 피부의 입장에서는 구분할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피부 콜라겐은 피부가 만들고 싶을 때 피부세포가 혈액 중의 아무 아미노산이나 흡수해 필요량만큼 합성할 뿐이다.

이는 우리가 섭취하는 모든 음식물에도 적용되는 메커니즘이다. 모든 음식은 소화관에서 기초 구성 단위로 분해된 뒤 흡수된다. 왜 그럴까. 음식물에 내재된 다른 개체의 생체 정보를 해체하기 위해서다. 다른 개체의 정보가 통째로 우리 몸에 스며들면 우리 몸의 정보와 충돌해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아토피나 염증, 거부반응 등은 그런 생체 정보 간 충돌의 한 양상이다. 이렇게 보면 소화란 다른 개체의 생체 정보가 우리 몸의 정보와 충돌하지 않도록 정보(음식물)를 최저 단위로 해체하는 것이다. ('동적 평형', 후쿠오카 신이치) 결국 우리 몸 어디가 좋지 않다고 관련 성분을 다량 섭취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전혀 무의미한 행위라는 것이다.

최근 효능 논란을 빚고 있는 글루코사민도 마찬가지다. 관절과 연골의 구성 성분이지만 이것을 먹는다고 해서 그대로 직접 몸의 일부가 되지는 않는다.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는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글루코사민의 효능을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그 근거가 영 미덥지 않다.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효능이 증명됐다는 것이 아니라 글루코사민이 효능이 있다는 논문도 많다는 것이 전부다. 고작 이런 근거로 글루코사민을 계속 먹어도 된다고 하니 국민은 답답할 노릇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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