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너무나 복잡 다양하여 발생하는 모든 일을 미리 예측하고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에 따라 우리 인간의 사회생활을 규율하는 법률 규정도 그 필요에 따라 수시로 생성과 변경, 소멸을 이어가지만 법이 이 모든 상황을 예측하여 개개의 상황에 대한 규정을 완비할 수는 없다. 여기에다 법률 규정은 일반적'추상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해당 법 규정을 구체적인 사례에 적용하여 집행하기 위해서는 그 의미와 내용을 명확히 밝히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를 법 해석이라고 한다.
법을 해석하는 방법으로는 문리해석, 논리해석, 유추해석, 반대해석, 물론해석, 확대해석, 축소해석 등 여러 방법이 있으나 실제 법률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당해 조문의 문리적인 표현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입법 취지 또한 충분히 고려되어야만 한다. 입법자가 무엇에 대한 어떠한 현상을 규율하기 위해 그 법률을 제정하였는지, 또 그 법을 통해 어떠한 결과를 추구하였을 것인지를 추측해 본다면 구체적인 사례에 있어 그 해결을 위한 분명한 잣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 일어난 인사청문회를 되돌아보자.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하여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부적격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거나 그에 대한 임명 동의를 거부하는 등 일련의 활동은 그 임명에 앞서 부적격자를 사전에 걸러냄으로써 국가의 발전과 국정의 안정적인 수행을 도모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고위 공직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니 만큼 모든 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리라는 것은 당연하나 그 초점이 후보자의 능력, 전문적인 식견 등 전문성, 미래지향적인 가치와 비전, 국민에 대한 봉사 정신과 청렴성 등에 맞춰진 것이 아니라 전입 신고가 제대로 되었는지 여부 등에나 맞춰진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물론 전입 신고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거나 위장 전입을 하였다면 문제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고위 공직자가 되려는 자일수록 사소한 법 하나까지 지키고 평소 모범적인 생활을 할 것을 요구받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의적인 법 위반 의사가 없는 경우나 실무적으로 어느 정도 묵인되는 정도까지 모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무리가 아닌가 한다.
50대 후보자로 가정할 경우, 50여 평생을 살아오면서 사소한 문제 하나 전혀 없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는데다 앞서 열거한 국가 경영 능력까지 겸비한 완벽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자, 이제 다시 앞서 설명한 법 해석 방법 중 입법자의 입법 취지를 상기해 보도록 하자. 과연 입법자가 위장 전입 전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고위 공직자가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였을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일반 세인보다는 훨씬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중대한 하자가 아니라면 후보자의 능력과 사상, 봉사 정신에 초점을 맞춘 검증을 통하여 진정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인재인지 여부를 검증하라는 취지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국회의 실상은 오히려 위장 전입 여부를 살펴보느라 보다 중요한 능력에 대한 검증이 소홀한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 나아가 그로 인한 결과가 국무총리와 각 부의 장관이 공석이 되어 각종 정부 정책의 입안이나 시행에 곤란을 겪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벼룩 잡으려다 초가집 태운다는 말이 그렇게 와 닿을 수가 없다.
우리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지만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우리를 이끌어 갈 지도자를 선별해줄 것을 원하는 것이지 완전무결한 신을 선별해 줄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박준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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