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02 이후 쑥쑥…세계 호령하는 한국 축구

U-20 남녀 8강·3위, U-17도 8강·우승

한국 축구가 지난해부터 세계 속에 위력을 떨치고 있다.

17세 이하(U-17) 여자축구대표팀이 26일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하는 등 남녀대표팀이 지난해 9월부터 각종 FIFA 대회에서 빼어난 성적을 냈다. 수십 년 만에 한번 할까 말까 했던 쾌거를 경쟁하듯 한꺼번에 쏟아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첫 테이프는 20세 이하 남자 선수들이 먼저 끊었다. 한국 U-20 대표팀은 지난해 9월 24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린 U-20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하며 한국 축구의 성장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U-20 대표팀은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와의 8강전에서 석패하며 1983년 멕시코 대회 이후 26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1991년 포르투갈 대회 이후 18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형님'들의 기세를 몰아 17세 이하 남자 선수들도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U-17 선수들은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1월 15일까지 치러진 U-17 월드컵에서 멕시코를 꺾고 1987년 캐나다 대회 이후 22년 만에 8강에 올랐다. 다음은 큰 형님들의 순서였다. 성인 남자축구대표팀은 6월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한국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에 오르며 한국 축구사를 새로 썼다.

여자 축구는 한 술 더 떴다. 16강, 8강 차원을 넘어 4강에서 순위 싸움을 할 정도로 세계를 호령했다. 7월 U-20 '언니들'이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더니 9월엔 U-17 '동생들'이 뒤질세라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세 이하 여자대표팀이 거둔 3위 성적은 당시 남녀 통틀어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거둔 최고의 성적이었고, 한국 여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거둔 첫 4강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막내 '태극 소녀'들이 '화룡점정'을 찍었다. 26일 끝난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우승은 한국 축구 역사 128년 만에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업적이었다.

이처럼 한국 축구가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배경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있다.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리고, '4강'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2002년을 기점으로 국내 축구 인프라가 크게 확충되고 선수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실력이 급성장한 것.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늘면서 일찍부터 축구를 접하는 선수가 많아져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기량 있는 선수들도 많이 발굴됐다. 여자 축구도 마찬가지다.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정부 주도로 여자 축구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면서 짧은 시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지도자들의 질적 향상도 한국 축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예전엔 지도자들이 직접 해외 축구 선진지 연수를 갔다 와야 세계 축구 흐름 및 훈련 프로그램 등을 습득할 수 있었지만 인터넷 발달로 지도자들이 직접 가지 않고도 이들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백종철 영진전문대 여자축구부 감독은 "한국 축구의 잇단 낭보는 우연이 아니다. 한국 축구가 상승세를 타며 세계적 수준에 근접했다는 증거"라며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선수들의 목표 의식도 뚜렷해졌고 기량도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이영진 대구FC 감독은 "축구를 접하는 시점이 빨라지고 클럽 축구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재능 있는 선수가 나올 확률이 그만큼 높아졌다. 예전과 달리 연령에 맞는 훈련을 재밌게 하다 보니 축구를 즐기게 되고 이는 창의적인 선수 배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