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회화와 사진의 경계…유현미展

잘 짜여진 구도의 회화 작품 같다. 신비로운 감성을 드러내며 붓의 터치까지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 작품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이다. 그림인줄 알고 다가섰다가 가까이 가서 사진인 것을 확인하고 느껴지는 당혹감과 낯설음. 이것이 작가 유현미가 의도한 작품의 효과다.

유현미의 작품은 회화와 조각, 그리고 사진의 경계에 서있다. 작가는 실제 공간에 조각을 만들어 설치하고 그 위에 원하는 색으로 칠한다. 심지어는 사람조차 몸과 옷 위에 실제로 붓질을 한다. 그 후 사진을 찍는다.

"미술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니까 조각과 회화, 사진을 모두 합쳐보는 방식을 시도했어요. 각각의 장점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이죠."

'길몽' 시리즈에는 돼지, 뱀, 석류 등이 등장한다. 숫자가 가득하게 나열되어 있는 초현실적인 작품도 눈에 띈다. 영상 작품도 있다. 회화처럼 물감을 칠한 여인은 과일을 손에 들고 마치 초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여인의 몸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눈을 깜빡이는 것이 사진이나 회화와는 다른 점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찍어 만든 단편 영화 '블리딩 블루'(Bleeding Blue)는 지하 1층에서 상영한다. 10월 23일까지 갤러리분도에서 열리는 유현미 전시회에서 장르를 초월해서 새롭게 진화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053)426-5615.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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