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나가면서 서민들의 밥상물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특히 배추값이 연일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1만5천원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이다. 비정상적인 채소값 상승,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일까?
◆배추값 폭등, 4대강 사업 때문?
천정부지로 치솟는 채소값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이런 사상 초유의 채소값 고공행진이 날씨 탓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아무리 날씨가 작황에 중요한 요소라 해도 매년 우리나라는 여름철 폭우와 태풍의 영향을 받는데다, 폭염 또한 여름철 전형적인 날씨에 불과할 뿐이라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배추값 폭등과 관련 여러 설(說)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노동당이 발간한 '4대강 토건공사의 진실' 소책자 중 '채소값 폭등의 진실' 편에서는 "날씨가 아무리 좋아져도 채소값이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그 이유로 "4대강 사업 때문에 경작지 자체가 훼손되고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4대강 사업으로 시설채소 재배지 20%를 포함, 전체 채소재배지의 12%가 유실됐으며, 서울 유기농산물 소비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팔당 유기농단지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29일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보도자료를 통해 "상추, 무, 배추 값 폭등은 전반적인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4대강 사업과 연관해 주장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힌 것. 농식품부는 "지난해 7월 현재 4대강 유역 둔치에서 채소 재배면적은 3천662ha로 전체 채소 재배면적 26만2천995ha의 1.4% 수준에 불과하다"며 "경작 중단이 채소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배추와 무의 경우 주산지가 강원도 평창, 정선, 인제 등으로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탓이다?
기록적인 채소값 인상의 배경에는 "중간 도매상들의 '농간'이 숨어있다"는 설도 네티즌 사이에서 유력하게 제시되고 있다. 채소류의 공급량 감소폭에 비해 가격 상승이 워낙 지나치다보니 나오는 이야기다. 정부가 29일 배추값 폭등을 막기 위해 중간 유통상인의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배추값 폭등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매락에서다. 산지 관계자들은 "미리 밭뙈기 거래를 통해 싼 값에 물량을 확보한 상인들마저도 최근의 가격 상승에 편승해 마구잡이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현재의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형세"라고 꼬집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형마트들이 현재의 상승세를 등에 업고 폭리를 취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대형마트의 대부분은 사전 계약재배를 통해 물량을 공급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현재의 가격 상승세에 함께 편승한다는 지적인 것.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것은 현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계약재배를 했지만 폭염, 폭우와 태풍 등의 기상 악재가 계속되면서 예상된 생산량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 이 때문에 바이어들이 산지를 뛰어다니며 눈에 보이는 대로 계약을 체결해도 물량을 공급하지 못해 품절되는 상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배추 한 포기의 시장가격이 1만2천원인데 최근까지 대형마트에서는 7천980원에 판매를 했다"며 "이런 때일수록 마진폭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로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은 김치 전쟁 중
포장김치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동아백화점에 따르면 9월 들어 포장김치의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 지난해와 비교해 30~40% 이상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추석 무렵인 9월 3째주에는 50%가 넘는 높은 신장세를 나타냈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1㎏ 미만의 소용량 상품이 많이 팔렸는데 최근에는 3㎏ 이상의 대용량 김치를 구매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났다"고 밝혔다.
배추값이 폭등하면서 포장김치 업체들은 단가를 맞추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재고 물량 등을 통해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자재 가격이 워낙 오르면서 김치값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 포장김치 업체들은 10% 정도 소비자가격 인상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가 '금(金)치'가 되면서 중국산 김치 수입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마트는 배추품귀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다음주쯤 중국으로부터 5만t가량의 배추를 긴급공수해 2천~3천원대에 판매할 예정이다.
◆배추값 고공상승, 언제까지?
최근 대구시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배추 1망(3포기)이 2만~2만5천원에 경매되고 있다. 그나마 대구는 싼 편이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3만5천원 선에서 도매가격이 형성될 정도다. 원예농협공판장 손수한 경매사는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사는 중간상인들도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라며 "29일의 경우 배추 가격이 워낙 비싸 소비 자체가 되질 않고 반입 물량이 그대로 밀려 있어 아예 시장 기능이 정지됐다고 보는 편이 맞다"고 했다.
향후 가격 예측은 그 누구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추석 전만 해도 연휴가 지나고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분간 배추값 파동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김장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배추값 안정화는 힘들다는 것. 손 경매사는 "물량이 예년에 비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김장 시점까지는 현 시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날씨와 4대강 사업으로 경작면적이 줄어드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물량 자체가 20% 정도 줄었기 때문에 예년 가격을 회복하기는 힘들지 않겠냐"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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