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 줄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 낙동강변 만송정에서 부용대 꼭대기까지 230m에 네 쌍의 줄을 연결한 뒤 뽕나무 뿌리 숯가루를 넣은 한지 뭉치를 매달아 태우는 놀이다. 줄마다 백수십여 개씩 매단 숯가루를 태우면 불꽃이 백사장과 강물에 비처럼 떨어지는데 그 아름다움과 정취는 비할 데가 없다.
서양 불꽃놀이가 장대하고 화려하면서도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이를테면 패스트푸드에 준하는 패스트레저라면, 많은 품과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서 몇 시간이고 타는 것을 즐기는 줄불놀이는 슬로푸드와도 같은 슬로레저다.
줄불이 타면서 불꽃비가 내리면 낙동강에는 선유놀이, 즉 뱃놀이가 이어진다. 선비들이 배를 타고 시를 짓고 창도 불렀던 것을 재현한다. 선유가 중심놀이이고 그 중에서도 선상 시회가 핵심이므로 어른들에게는 마땅히 선유 줄불놀이다. 그런데 아이들에게는 백사장 쥐불놀이도 되는 게 이 놀이다. 행사장 아나운서는 '쥐'불놀이가 아니고 '줄'불놀이라고 강조하지만 끝까지 현장을 지켜보면 어떻게 쥐불놀이가 되는지를 알 수 있다. 타다가 떨어진 숯 뭉치를 허공에 돌려 불꽃을 만들어내는 재미에 아이들은 옷에 구멍이 나는 줄도, 얼굴이 검댕투성이가 되는 줄도 모르는 것이다.
줄불놀이는 또한 고요함과 역동성을 동시에 즐기게 해준다. 연꽃 모형에 불을 붙여 강물에 띄워 보내는 달걀불놀이가 정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면 64m 부용대 꼭대기에서 불붙은 솔가지단을 떨어뜨리는 낙화놀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줄불놀이는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놀이다. 동쪽 하늘에는 막 떠오른 달이 둥실 떠있고 먼 하늘에는 별들이 아스라이 빛나는데 끝없이 떨어져 스러지는 불꽃은 아름다움과 함께 끝없는 슬픔을 느끼게 한다.
"국제탈춤페스티벌에 편성돼 있는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압권"이라고 단언하는 안동인이 적지 않을 만큼 줄불놀이는 자리를 잡았다. 450여 년 전부터 연중행사로 매년 행해지던 놀이,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맥이 끊겼다가 1997년 국제탈춤페스티벌 행사를 계기로 이제 완전히 전통적인 방식을 되살려낸 것이다. 올해 첫 번째 줄불놀이는 바람까지 적당히 불어 불티가 더욱 잘 퍼졌는데 오는 토요일 두 번째 놀이 역시 보는 사람들의 흥취가 더해져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길 기대한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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