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덤벙덤벙 김 여사의 초보운전 탈출기] ⑫D와 P사이

방문 학습지 교사일을 하고 있는 주부 김주연(32'대구 서구 비산동) 씨는 최근 중고자동차를 장만했다. 가가호호 가정방문을 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자가운전이 필요했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오른 기름값 때문에 수입보다 지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연비를 줄여볼 요량으로 자동 대신 수동으로 조작하는 자동차를 샀지만 시내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 관계로 기름값이 만만찮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어떡하면 기름값을 줄여볼까' 고민 끝에 김 씨는 신호대기 중에는 기어를 중립에 놓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기어를 중립에 놓으면 엔진에서 차체로 전달되는 동력이 끊겨 공회전하는 효과와 같아 기름값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며칠 동안 운전을 해 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어 내심 만족스러웠다. 좀 더 기름값을 줄여볼 생각에 내리막길에서도 아예 기어를 넣지 않고 중립상태에서 자동차의 중력만을 이용해 운전을 하기도 했다. 기름값 절약도 되고 내리막길을 달릴 때 생기는 가속도 때문에 느끼는 짜릿한 스릴감이 김 씨를 더욱 '중립운전'의 묘미에 빠져들게 했다. 내리막길만 가면 습관적으로 손이 중립 기어에 가 있을 정도로 중립운전의 달인이 돼 버렸다.

그러나 김 씨의 '기름값 줄이기' 시도는 오래 가지 않았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이었다. 서문시장 쪽에서 출발한 김 씨는 시댁 부모님이 싸주신 반찬과 쌀 등을 트렁크에 잔뜩 싣고 힘겹게 오르막을 올라 대구 서구청 쪽 내리막길에서 자신도 모르게 기어를 중립 위치에 놓았다.

그러나 평소보다 무거워진 차체 중량 때문인지 갑자기 차량에 가속도가 붙었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았지만 서구청 앞에서 신호대기 중인 앞차를 추돌하고 말았다. 비록 인명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차량 수리비를 지불하느라 그동안 중립운전으로 아꼈던 기름값의 몇 배를 물어줘야 했다.

기름값을 아끼기 위해 기어를 N(중립위치)에 놓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초보운전자가 N에 놓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위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고 돌발 상황 대처에 미숙한 초보들은 당황해 오작동을 해서 사고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또 차량 소통이 원활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기름 낭비가 될수 있다. 기어를 변속하고 움직이는데 기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된 중고차는 변속기에 표시되는 글자들이 없거나 빛이 바랠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마디로 작은 돈을 아끼려다 큰 낭패를 볼 수 있는 것이 '중립운전'인 셈이다.

최창영 애경카 클리닉 대표는 "기름값 부담 때문에 중립상태에서 내리막길을 주행하는 운전자들이 있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갑자기 차량에 가속도가 붙어 제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운전에 숙달되기 전까지는 기어를 중립에 놓지 말고 D(주행)와 P(주차)만 사용하는 습관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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