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동명면 송림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양지마을. 볕 좋은 마당 한가득 된장독들이 줄지어 서있다. 작은 자갈이 깔린 840여㎡(250여 평)의 마당에 150여 개의 장독이 가지런하다. 장독들은 뚜껑이 닫힌 채로 품명, 담근 날, 뜨는 날, 주문자의 성명이 새겨진 아크릴 목걸이를 달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4년 전 이곳에 손수 집을 짓고 고향 어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장을 만드는 정경태(58·여) 씨. 대구 북구 태전동에서 아파트 생활을 하다 전원생활을 보내기 위해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고 한다.
이 집에 들어서면 커다란 가마솥 3개가 나란히 걸려 있고 주변에는 장작더미가 잔뜩 쌓여 있다. 주택, 작업장과 사무실로 쓰이는 본채 옆에는 별도로 33㎡(10평) 규모로 메주를 말리고 띄워 발효를 시키는 황토방이 있다.
정 씨는 "맛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 좋은 재료(콩, 소금, 물), 물의 양, 염도, 옹기(장독), 콩 삶는 솥과 뜸 들이는 시간, 메주를 말리고 띄우는 장소와 시간, 일조량과 담그는 사람의 손맛이 어우러져야 좋은 된장이 된다"며 장 담그는 방법을 설명했다.
청송 진보에서 친정 오빠가 직접 재배하는 콩을 재료로 황토온돌에서 메주를 띄우고, 150m 깊이 지하수와 숨 쉬는 청송 옹기에 장을 담가 팔공산 자락의 깨끗한 환경으로 숙성시킨다.
이곳의 장을 애용한다는 주부 임연희(45·대구 수성구 지산동) 씨는 "친정 어머니가 담근 장맛이 나고, 무엇보다 사람이 좋아 큰언니처럼 고민도 털어놓을 수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대구향교 여성유도회, 양로원 목욕봉사, 대구 서부소방서 여성대장, 불교 합창단 등 평소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인 정 씨는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베푼다고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알고 보니 모두가 나보다 나은 스승이었다.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며 장맛처럼 푸근한 마음까지 내비쳤다.
글·사진 권오섭시민기자 imnewsmbc1@korea.com
멘토:김동석기자 dotory1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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