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상영된 영화 '죽어도 좋아'는 대담하고 파격적인 노인들의 성행위 묘사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노인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돋보여 화제가 된 작품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었으니 그냥 참고 넘어갈 것"이라는 사회통념에 일격을 가한 '노인 인권선언'이었던 셈이다. 이제 노인은 더 이상 사회의 들러리가 아니라 하나의 계층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경로효친의 미풍양속을 지닌 우리나라지만 노인은 여전히 푸대접받고 있다. 사실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장수한 노인에게는 왕이 직접 명아주 지팡이인 '청려장'을 내렸다고 한다. 청려장은 재질이 단단하고 가벼우며, 품위가 있어 섬세하게 가공할 경우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본초강목에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귀한 지팡이였다. 송강 정철은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조차 지실까'라는 시조를 남겼다.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어린이날, 성년의 날에 비해 그다지 알려지지 못한 기념일이다. 노인의 날은 1990년 빈에서 열린 유엔 45차 총회에서 10월 1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에 법정기념일로 제정했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어서 다음날을 노인의 날로 정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100세를 맞은 장수 노인 904명에게 건강과 장수의 의미가 있는 지팡이인 '청려장'을 증정할 것이라고 한다. 노인 문제는 무조건 공경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혀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건복지부가 세운 노인들의 경륜과 지식을 활용하는 '10만 노인 전문 봉사자 육성 프로젝트' 가동 계획은 환영할 만하다. 또 민간 기업의 노인 인력 인턴 채용을 지원하는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과 시장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고령자 친화형 전문 기업 육성'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노인 인력 사회 흡수는 촉진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은 곧 역사다.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허겁지겁 목을 매온 한국, 노인을 외면하는 '인간성 상실'의 위험한 사회가 돼서는 안 된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노인 문제 해결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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