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아파트 시장에 미분양 아파트를 분양대행업체나 개인 전주에게 싼값에 일괄 매각하는 '통매각'이 성행하고 있다. 특히 미분양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된 부산의 업체와 자금이 본격 진출할 조짐이다.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1만2천여 가구(7월 말 기준)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구가 이들에겐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통매각은 건설사엔 악성 미분양 처분에 따른 유동성 확보와 실수요자는 시세보다 싸게 집을 장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가격 교란으로 신규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의 부동산 중개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들어 달서구, 수성구를 중심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수십에서 수백 가구 단위로 통매각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거래는 공개될 경우 해당 아파트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
달서구 A아파트의 경우 최근 300여 가구가 파격적인 가격에 부산의 전주들에게 통매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양한 판매조건을 내걸어 이미 40~50가구를 처분했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전주는 달서구 B아파트의 미분양 물량 90가구를 싼값에 일괄 매입, 판촉에 나섰다.
이보다 앞서 장기 미분양 상태였던 수성구 C아파트의 경우도 한 업체가 상당 부분을 사들여 20% 안팎 할인은 물론 가전제품 교환권 지급 등의 혜택을 내세워 성과를 거뒀다.
통매입을 한 전주나 업체들은 부동산중개업소 등을 통해 중개수수료를 법정 요율보다 많이 주는 조건을 제시해 확보한 물량을 상당 부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 주택영업 관계자는 "장기 미분양에 따른 유동성 부족으로 아파트를 싼값에라도 처분하고 싶지만 직접 할인 판매할 경우 기존 계약자의 민원이 우려된다"며 "통매각을 하면 한 단계를 거치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등에 따르면 최근 통매입 제안이나 물량 소개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부산의 업체나 전주들이라는 것.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통매각 제안을 여러 번 받았다. 대구에 미분양이 많다는 점을 이용해 터무니없는 할인 조건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계약을 하지는 않았다"며 "부산에서는 통매입을 한 업체나 개인이 박리다매 형태로 아파트를 처분해 짭짤한 재미를 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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