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는 쉽다. 하지만 막상 나서 보라!'
대한민국 리더십의 위기인가? 지역 출신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방송인 및 평론가 신분으로 생방송 100분 토론을 진행할 당시 기자는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해 이런 질문을 던졌다. "리더십(Leadership)도 중요하지만 펠로십(Followship)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대한민국이 펠로십 위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질문했던 적이 있다. 당시 주제와 조금 다른 얘기라 큰 호응을 얻지 못했지만 방송 후 지인들로부터 공감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의 현 상황이 리더십과 펠로십 양쪽 모두의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고위층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스스로 돌아보며 고위 공직에 나선 이들의 부족한 면을 보듬어줄 수 있는 아량이 사회 전반에 확산될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재미있는 상황설정을 해봤다. '내가 만약 국무총리 후보자가 되어 인사청문회에 오른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은 해봤을지 모른다. '아이고! 나도 이런 건 문제가 되겠네'라고 자체 점검을 해 본 이도 적잖을 것이다. 일반인의 생각에서 대구시의원, 구청장, 시장·도지사를 청문회에 올려놓는다는 상상을 하며, 그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재녕 대구시의원 "무사히 넘기 힘들것"
이재녕 대구시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회에 본인이 오른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자 아주 솔직한 답변을 했다. "저도 통과하기 힘들겠죠. 저 역시 사업을 하다 보니 법인카드 등을 개인용도로 쓰거나 사업상의 조그만 문제점들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답변하기 힘든 질문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분명히 예전엔 관행처럼 했던 일들을 지금의 잣대로 들이대 칼로 두부 자르듯 부도덕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본인과 관계없이 현 인사청문회 정국에 대해서는 "인사청문회가 너무 개인 사생활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큰 도덕적 결함이 아니라면 지도자가 될 분을 적극 격려해주고 따라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곽대훈 달서구청장 "스스로 먼저 평가"
곽대훈 달서구청장은 명쾌하게 답변했다. "제가 만약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처럼 살아왔다면 국무총리 후보자로 나서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스스로 가장 잘 알고 있겠죠. 낙마한 이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자신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가 되지 못한 때문이겠지요. 전 부도덕하게 살지는 않았지만 만약 총리나 장관 후보자가 된다면 누구보다 혹독하게 스스로를 평가한 뒤 나서겠습니다."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사안은 없겠느냐?'는 질문에 "왜 없겠나? 문제를 삼으려면 나 개인 사생활 및 가족에 관한 문제를 물고 늘어지겠지. 그래도 난 기초단체장을 하면서 모든 일처리에 근거를 남기고, 판공비까지 모두 투명하게 처리했다"고 답했다.
이어 곽 청장은 "지금의 고위 공직자 후보들이 사실 문제가 많다"며 "국민들의 일반적, 도덕적 기준 잣대에도 미치는 못하는 후보자는 몇 번이고 과감하게 낙마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범일 대구시장, "설정 자체가 실례"
김범일 대구시장은 지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내가 총리 후보자가 된다면'이라는 설정 자체가 실례가 되지 않겠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김 시장은 "어떻게 좀 빼주면 안 되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김 시장 측은 "이런 인사청문회의 과정이 결국은 정치 선진화로 가는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가상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가 '한나라당 김범일 대구시장 후보의 3대 미스터리'를 공격했다. 이 3대 미스터리는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등록관리 시범사업 중단 이유 ▷재산이 한 달 새 3억원이나 늘어난 이유 ▷일자리 6만 개 창출 공약 어디 갔나 등이다.
김 시장 측 권오수 비서실장은 "현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분명하게 밝힐 것은 밝히고 능력에 대해서도 검증해야겠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 "능력·정책 검증을"
김관용 경북도지사 측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는 '만약 총리 후보자가 된다면'이라는 설정 자체가 부담이 되는 듯했다. 실제 앞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고 만약이 실제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게 김 지사 측근들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거센 검증 파고가 예상되는 것은 당연하다. 야당 쪽에서 거세게 몰아붙일 터이고 김태호 전 지사 때처럼 중앙무대에서의 경험 부족 등도 도마에 올릴 것이 뻔하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처럼 아들의 병역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기 때문. 당시 김 지사는 "DJ(김대중) 정부의 기획 작품이다. 이미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다 해명된 문제"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 지사 측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겠지만 현 정국에서 보면 총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능력이나 정책보다 가족이나 병역 등에 너무 치중해 있다"고 우려감도 나타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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