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중 하위에 머물고 있다. 세계적인 곡물수급 상황의 변화로 우리나라가 원하는 식량을 세계 곡물시장에서 구할 수 없을 경우 국민의 대부분이 굶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총성 없는 식량전쟁=충분한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개발도상국의 정세는 불안정해진다.
세계 4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가 극심한 가뭄으로 밀 수출을 제한함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 등 대규모 곡물 수입국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는 정부가 곡물가 상승을 이유로 빵값을 30% 올리자 성난 시민들이 식량창고를 약탈하는 등 항의 시위가 벌어져 7명이 숨졌다. 이에 앞서 2007, 2008년 곡물 파동 때도 멕시코와 아이티,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30여 개국에서 폭동이 발생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세계 기아인구는 9억7천300만 명으로 1995~1997년 8억2천490만 명보다 18.0% 증가했다. 특히 아·태지역 국가의 기아인구는 모두 6억5천만 명으로 전체 기아 인구의 66.8%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올해 봄·여름 1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과 폭염이 덮친데다 산불까지 번져 곡물 생산량이 25%가량 감소했다. 전 세계 곡물 수출량의 15%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 곡물시장은 공황에 빠졌다.
고유가의 영향으로 먹는 기름이 연료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도 식용곡물 공급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대체연료인 바이오에너지용 옥수수 소비량은 2007년 9천700만5천t에서 2016년 2억5천100만5천t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곡물 대국들이 식량 무기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공급불안을 부추긴다. 러시아가 올해 밀 수출을 전면 중단한 것을 비롯해 우크라이나도 식량안보를 위해 올해 곡물 수출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2008년 식량파동 때는 중국 등 14개국이 곡물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해 국제시장이 식량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식량 안보 '빨간 불'=우리나라도 식량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쌀을 제외한 밀 등 주요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 전망치는 26.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사료용을 제외한 식량자급률 전망치 역시 51.4%로 떨어졌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이 떨어지는 이유는 밀과 옥수수, 콩 등의 자급률이 극히 낮은데다 쌀 중심의 식생활이 빵과 국수류 등의 서양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밀 수입량은 387만8천t으로 2008년의 274만3천t에 비해 113만5천t 늘었다. 쌀은 남아도는 반면 국내 생산기반이 매우 취약한 밀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빈곤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공조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빈곤국들이 식량난을 견디지 못해 붕괴될 경우 결국 인접 선진국들의 안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30차 FA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가 지난달 27일부터 닷새간 경주에서 열렸다. 44개 회원국의 농업전문가들은 아시아 지역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경북도 박순보 농수산국장은 "이번 FAO 아·태총회 참석국들은 아시아지역 기아문제와 식량위기상황에 대한 절박함을 공감했다"면서 "이번 총회에서 세계 식량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 간 협력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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