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 트위터] 문성근式 '국민의 명령'

배우 문성근이 대구에 온다. 4일 저녁 7시 경북대에서 특강을 한다. 그는 세상이 인정하는 '노빠'다. 뜨거운 웅변으로, 애절한 호소로, 빈틈없는 논설로 노무현을 지지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특별한 노빠다. 특별하다고 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생색을 내지 않았다.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 후 그는 서부영화의 의로운 총잡이처럼 표표히 사라졌다. 그는 벼슬을 하지 않았다. 멋진 모습이었다. 그래서 노무현을 반대하는 사람 가운데도 문성근을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가 최근 전국을 돌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백만 명 서명을 받아서 야당 정치세력에게 '국민의 이름으로' 명령을 하겠다는 것이다. 무슨 명령인가? 하나가 되라는 것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이 적당한 터를 잡아 큰 집을 새로 지으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는 말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보수세력은 부패해서 망하고 진보세력은 분열해서 망한다는 말처럼 진보세력의 힘은 너무 나누어져 있다. 그들은 각자 따로 있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 가치를 구현하려면 진보세력이 뭉쳐야 한다고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

문성근이 하려는 일이 잘 될까?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 집에서 살다가 헤어진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조차 저렇듯 소가 닭 쳐다보듯 하고 있는 판국인데 처음부터 딴 살림 차린 창조한국당이 호락호락하게 합치지 않을 것이고, 본질적으로 다른 부류라고 주장해 온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한 집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지 각 정당들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굳게 믿기 때문에 이들을 묶어 하나의 정당을 만드는 일이 간단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무릇 파티(정당)란 파트(부분)의 가치를 대변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합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진보세력이 덩치 큰 보수세력, 한나라당과 겨루어 이기려면 힘을 합치는 수밖에 없다. 다른 어떤 방편이 있단 말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기되고 있다. 각 정당들이 서로 협의해서 빅 텐트를 만들자는 비전도 있고, 문성근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모두 제3의 장소에 헤쳐모여 백지에서 새로운 정치주체를 건설하자는 비전도 있다. 한 집에 모이는 것은 무망하니 따로 살다가 선거 때 적절히 협력하자는 선거연합론도 있다. 비교적 가깝다고 여기는 이웃끼리 먼저 합치고 순차적으로 통합을 하자는 주장도 있다.

어떤 비전이 옳은가 이전에 중요한 것은 야권이 통 크게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대정신이다. 내일 마무리되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도 모든 후보들이 야권대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것을 보아도 이것이 얼마나 절실한 과제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민주당 혼자의 힘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다음 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힘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가는 당사자들도 놀랄 정도였다. '문짝'으로 불리는 배우 문성근이 '국민의 명령'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야권통합운동은 우리 정치의 미래에 영향을 줄 중요한 실험이 될 것 같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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