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값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환율 전쟁의 불똥이 튀고 있는 탓이다. 미국의 달러 약세 정책과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절상 압력, 엔화 방어를 위한 일본정부의 유동성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증시는 힘을 받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세계 투자자금이 아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데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자 환차익을 노린 외국계 투자자들의 유동자금까지 흘러들어 한국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는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원화값 상승은 수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시에 반가운 재료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지는 원화가치의 상승은 당분간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원화의 적절한 강세는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값이 오르면 외국인들은 주가 상승으로 이익을 얻고, 달러로 환전했을 때도 원화의 절상 폭만큼 수익을 올리게 된다. 또 한국의 원화 강세가 다른 국가보다 늦게 시작됐고, 속도 역시 빠르지 않아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지 않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토러스투자증권은 보고서를 내고 "최근 글로벌 증시 상승의 가장 큰 공로는 풍부한 유동성 때문이며 이는 미국에서 시작된 통화팽창 정책에서 비롯됐다"며 "원화 강세가 더 진행되더라도 이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세를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요국 간 환율 갈등이 예상치 못한 증시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환율 갈등이 통상마찰을 일으킬 수 있는데다 원화값 강세가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채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위안화에 대한 과도한 절상 압력은 증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환차익만 노리고 국내 증시에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자가 많아지면 증시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약화되면서 한국시장의 수급 상황은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로 개선되고 있지만 기업의 이익전망에는 다소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며 "엔화 강세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원/엔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한다면, 경쟁력의 저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글로벌 통화 전쟁과 3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운수장비와 은행, 유통 등의 내수 관련주에 관심을 둘 것을 주문했다. 정유정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업종별로는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되는 IT와 금융(증권, 은행), 내수 관련주(음식료, 서비스)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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