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해수욕장과 동백섬을 마주한 황금빛 건물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1일 오후 3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 내 우신골드스위트는 오전 11시 30분에 난 불로 건물 중앙이 'V'자 모양으로 검게 타 있었다. 화재 발생 3시간 30분이 지났는데도 불길이 위층으로 이동했고, 건물 오른쪽 38층 펜트하우스가 붉게 타올랐다. 시커멓게 그을린 보금자리를 옆에서 지켜보는 주민들의 마음도 검게 탔다.
아파트 주민들은 "하마터면 큰 인명피해를 낼 뻔했다"며 불안감을 보이면서 소방기관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안일한 대처에 강한 불만을 터트렸다.
◆화재발생 상황과 원인
1일 오전 11시 33분쯤 부산 해운대구 우동 우신골든스위트 4층에서 불이 나 이 건물 동관과 서관 사이에 있는 외관을 모두 태우고 화재 발생 7시간 만에 꺼졌다.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피해 사망자는 없었다. 주민 3명과 소방관 1명 등 4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불이 나자 소방기관은 5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해 진화작업에 들어갔다. 고가 사다리를 통해 주민 10여 명이 대피했고, 옥상으로 대피한 주민 9명은 헬기로 구조됐다. 소방기관은 화재 피해가 커지면서 산림청과 육군 53사단의 헬기를 지원받아 오후 2시쯤 큰 불길은 잡았지만 오후 3시쯤 잔불이 다시 발생, 건물 꼭대기 층으로 번져 펜트하우스가 전소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불은 4층 환경미화원 작업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은 알루미늄패널 외벽을 타고 급격히 번졌고, 패널 접착제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 부산소방본부 김준규 예방대응과장은 "바람까지 불어 불길이 건물 한가운데로 급속히 번졌다"고 말했다.
◆소방기관 늑장대응
주민들은 소방기관의 뒤늦은 대응이 화마를 키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차로 5분 거리에 해운대소방서가 있지만 첫 출동 때 사다리차도 없이 출동해 피해가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12층 입주민 이진섭(65) 씨는 "불길이 번지는 모습을 아파트 밖에서 쭉 지켜봤는데 소방서에서 사다리차도 없이 현장에 왔다"며 "첫 불이 난 4층에 사다리를 올려 바로 진압했다면 꼭대기층까지 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리사무소의 늑장대응도 주민들의 비난을 샀다. 화재 사실을 단 한 차례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관리사무소는 불이 난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3층에 사는 강호원(29) 씨는 "아내가 불이 났을 때 집안에 있었지만 관리사무소에서는 대피방송 한 번 하지 않았다. 안내실에 전화를 걸어도 '작은 불이니 걱정할 것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우신골든스위트는 어떤 곳
우신골든스위트는 초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부산 해운대 우동 마린시티(옛 수영만 매립지)에서도 최고급 주거용 오피스텔로 손꼽히는 곳이다. 지상 38층, 지하 4층짜리 쌍둥이 건물로 217.8㎡(66평형), 231㎡(70평형), 297㎡(90평형) 등 202가구가 들어서 있고, 현재 148가구에 412명이 거주하고 있다. 1~3층은 최고급 피트니스센터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4층부터 37층까지 주민이 입주해 있다.
외벽 마감재가 황금색 알루미늄 패널이어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내며 해운대 해수욕장과 동백섬을 마주 보고 있을 만큼 전망도 뛰어나다. 부산지역 유력 기업인과 일부 고위직 공무원이 이곳에 상당수 살고 있다. 그러나 외관을 살리려 외벽 마감재로 사용한 알루미늄 패널과 접착제 때문에 불이 급격하게 번졌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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