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솜씨로 최고의 상궁이 되겠다는 꿈을 키우던 장금. 동료 금영을 도우려다 실패한 인생들이 살아가는 곳으로 내쳐지지만 희귀약초 백본을 대량생산하는 데 성공하고 그 공으로 수라간에 금의환향하게 됩니다. 그러자 중국에서 백본을 독점 수입해 축재하던 사람들이 백본의 대량재배를 방해하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경성상단은 희귀약재 백본의 수입을 독점해서 가격을 올리고 높은 이윤을 챙기는 기업입니다.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는 적어도 두 가지 측면에서 괴롭습니다. 첫째는, 종전과 같은 양을 소비하더라도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경제학에서는 이 이유로 경성상단을 심하게 비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경성상단의 이윤이 중요한지 소비자가 싸게 사는 것이 중요한지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더 지불한 가격이 고스란히 경성상단의 주머니로 들어갔으니 경제 전체적으로 보면 '부'의 변화는 없습니다. 그리고 경성상단이 독점을 유지할 수 있는 놀라운 재주가 있어 그 재주에 대한 보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이 독점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는 두 번째는 고통, 즉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으로 인해 소비를 줄여야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소비를 하는 이유는 소비를 통해 얻는 행복감이 내 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돈의 가치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이 둘의 가치 차이를 '소비자 잉여'라고 불리는데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높은 독점 가격으로 인해 우리가 소비를 줄여야 한다면 포기한 만큼의 소비에서 얻을 수 있었던 소비자 잉여를 잃게 됩니다. 경성상단이 아니라 상업의 절정고수인 임상옥이라도 이렇게 해서 줄어든 소비자 잉여를 거둬들일 방법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만큼의 소비자 잉여는 경제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 높은 이윤을 올리고 있다면 다른 상인도 그 시장에 뛰어들어 이윤을 누리고 싶어하고, 그래서 공급이 늘다 보면 가격이 떨어지고 소비가 늘어서 소비자 잉여가 창출됩니다. 그 대신 독점이윤은 경제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 창조되는 소비자 잉여가 사라지는 독점이윤보다 크고, 그래서 기업과 소비자 중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는 판단하기 어려우나(사실은 다 중요합니다) 경제학자들은 더 큰 소비자 잉여를 창출하는 '경쟁'을 '독점'보다 선호하고 지지합니다.
독점이 지닌 또 하나의 해악은 많은 경우가 비생산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이윤을 지키고 누리려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우수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독점을 유지한다면 그 또한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한 번 독점 이윤에 맛을 들이면 땀 흘려 일을 하거나 성과가 불분명한 신제품의 개발에 신경쓰기보다는 다른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장벽을 세우는 데 치중하게 됩니다.
장금이의 백본 대량생산의 성공은 약간의 우연성이 있어 아쉽기는 하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독점과 정경유착을 무너뜨린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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