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 예금 이자는 기가 막힐 지경이다. 예금 금리는 떨어지고, 물가는 오르면서 이자에서 물가상승률과 세금을 빼면 원금이 사실상 줄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자로 먹고 살았던 예금 생활자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정기예금 금리는 당분간 바닥을 헤맬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채권 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주가·채권·원화 가치가 동반 상승하는 '트리플강세' 현상이 계속될 경우 예금 이자는 오름세로 돌아서기 힘들다.
그러나 은행에 맡긴다고 무조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이 주가 상승을 이용한 지수연동예금(ELD)나 복리 상품을 앞다퉈 내놓으며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는 덕분이다.
◆이자는 내리고, 물가는 오르고
현재 은행들의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는 연 3.25~3.65%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구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지난달 말 현재 3.50%로 한달 만에 0.20%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은 4일 '369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를 연3.60%에서 연 3.50%로 0.10%p 내렸다. 산업은행도 최근 1년 만기 'KDB 프리미어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 3.60%에서 3.25%로 0.35%p 하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의 1년 만기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는 연 3.70%에서 3.50%로 떨어졌고 우리은행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도 연 3.70%에서 3.55%로 하락했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하는 최근 시장 금리가 내리는데다 자금이 풍부해 예금을 적극 유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물가는 농수산물 가격을 중심으로 무섭게 치솟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급등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당초 예상한 3%대 초반을 훌쩍 넘긴 수치다. 특히 채소 등 신선식품 물가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 5월 9.9%에서 6월 13.5%, 7월 16.1%, 8월 20.0%, 9월 45.5%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자 수입에 의존하는 퇴직자는 생계 유지가 힘들 정도가 됐다. 이자 수입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가령 연 3.5~3.6%로 은행에 예금 1억원을 맡겼을 경우 이자 수입은 연간 350만~360만원이지만 이자 소득세 53만9천~55만4천400원(15.4% 적용)과 물가상승분(3.6% 적용시 360만원)을 빼고 나면 실질 원금이 오히려 줄어드는 꼴이 된다.
◆주가 상승 타고 ELD 어때요?
이런 상황에서는 손해가 나는 은행 정기예금보다는 주가와 연계한 상품이나 고금리 적금을 활용한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가와 연계한 주가지수연동예금(ELD)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기에 해지하면 주가가 예상을 벗어나도 원금이 보장되는데다 주가가 오를수록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가 내려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ELD도 나와 있다.
은행들도 다양한 ELD 상품을 내놓고 있다. 대구은행은 20일까지 코스피200지수에 연계한 '리치 지수연동예금 10-10호'를 판매한다. 1년 만기 상품으로 만기 시 지수가 기준지수와 같거나 올랐을 때는 연 5.8%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주가가 떨어져도 원금이 보장된다. 1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세금우대 및 생계형으로도 가입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15일까지 만기 1년인 지수연계 정기예금(ELD) 2종을 판매한다. '범위형 20호'는 최종 지수가 기준가 대비 90% 이상~110% 미만이면 연 6.70%의 수익을 보장한다.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도 있다. 하나은행 '적극형 71호'는 지수가 기준가 대비 115% 미만이면 최고 연 12.46%를 지급한다. 단 가입 기간에 한 번이라도 장중가가 115% 이상이면 연 4.45%로 이율이 확정된다. 개인의 경우 1인당 1천만원까지 세금우대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13일까지 각각 1년 만기 연 4.0%의 고금리 정기예금과 ELD 상품을 묶어 구성한 '세이프 지수연동예금 10-24호'와 최고 연 13.0%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KB리더스 정기예금 코스피200 10-16호'를 판매한다.
◆복리 상품도 주목
ELD는 목돈을 묶어둬야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만기 이전에 중도 해지할 경우 수수료를 떼고 나면 원금을 손해볼 수 있다. 은행에서 푼돈을 차츰 모아가려면 복리식 상품도 유용한 대안이다. 원금에 붙은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식 상품은 단리식 상품에 비해 초기 이자는 낮지만 넣어둘수록 이자 수익이 커진다. 기업은행은 만기일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고 최장 20년까지 자동으로 재예치되는 'IBK월복리 자유적금'을 판매한다.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품은 고객이 만기일을 6개월 이상 5년 이내에서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 첫 입금액은 제한이 없으며 월 1천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 최초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최대 3차례 자동 재예치된다. 이 적금을 담보로 인터넷 전용 대출 상품인 '다이렉트 번개론'을 신청하면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금을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대출 한도는 적금의 잔액에 따라 자동으로 증액된다.
신한은행이 올 상반기에 내놓은 월 복리 정기적금은 7개월 만에 가입 계좌 수 40만개를 돌파했다. 3년 만기 기본 금리는 연 4.5%(단리)이지만 우대이율을 더하면 최고 연 4.8%에 이르고 월 복리로 환산하면 최고 연 5.03%다. 우리은행은 월 복리로 적립하고 연금처럼 노후에 수령할 수 있는 '월복리 연금식적금'을 내놨다. 금리는 연 4.1%로 월복리로 계산시 연 4.39%다. 하나은행의 '늘하나적금'은 3년제 기준 최고 연 4.9%,5년제는 최고 5.5%의 금리를 적용한다. 외환은행의 '넘버엔 월복리 적금' 역시 1년 만기 상품의 금리를 복리로 환산하면 최고 3.54%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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