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프리모 레비는 처절하게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 그는 이탈리아계 유대인으로 2차대전 당시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다 살아나왔다. 동료들이 가스실로 들어갈 때마다 죽음의 위기를 넘긴 것에 안도해야 했지만 그의 정신은 깊은 내상을 피할 수 없었다.
살아남은 그는 어릴 적 꿈인 화학자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가슴의 응어리를 써야 하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수용소의 참혹한 경험을 담은 처녀작이자 대표작 '이것이 인간인가'를 1947년 발간한 데 이어 이 책 '휴전'을 1963년 펴냈다. 수용소에서 해방되어 이탈리아 토리노의 집으로 돌아오는 기괴하고 기나긴 여정을 담았다. 광기의 전쟁에 상처받은 사람들, 상처받아 이상해진 사람들, 그 가운데 꿈틀거리는 욕망을 안고 사는 사람들, 전쟁 후 다채롭고 매력적인 유럽의 혼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인간 군상들의 적나라한 모습이 담겨 있다. 담담히 기술되어 있는 책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참담하고 슬프면서도 이율배반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레비는 이후 '주기율표' '멍키스패너' '지금 아니면 언제?''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펴내며 '증언 문학'의 세계적 작가로 우뚝 섰지만 1987년 갑작스럽게 자살했다. 368쪽, 1만4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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