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류재성의 미국책 읽기]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앨 고어 저, 2006, Rodale Books

김치를 먹고 싶은 50대가 배추 10여 포기를 훔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식탁엔 배추 김치 대신 양배추 김치가 오르고 배추 김치를 깍두기로 대체하는 바람에 무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단다. 배추와 무뿐만 아니라 호박, 시금치, 파 등 채소 작황이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배추값 등 신선 채소 가격의 상승은 기본적으로는 올봄 이상저온과 여름철 폭염, 늦여름 집중호우 등 이상기온과 태풍 곤파스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8월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1.8도 높았고, 9월(1∼19일) 기온 역시 평년보다 2.7% 높을 정도로 폭염이 지속됐다. 7∼9월 강우일수 역시 평년보다 12일이나 많은 44.5일을 기록했다. 강화도에 상륙한 태풍 곤파스는 이후 시속 50㎞의 속도로 한반도를 4시간 만에 관통한 바 있다.

이러한 이상 기온의 원인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근접하게 설득력 있는 설명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기구(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2007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은 20세기 동안 0.74±0.18°C 상승했고, 이러한 기온 상승은 주로 석탄, 석유 등의 화석 연료 사용과 산림 벌채 등 인간 행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온 상승은 지구 생태계의 변화와 함께 강수의 양과 형태를 변화시키고 가뭄, 홍수, 초대형 태풍이나 해일 등 극단적인 기상이변을 초래한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가장 대중성 있는 저술은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불편한 진실』이다. 앨 고어는 이 책과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 출연으로 노벨평화상(2007년)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앨 고어는 독자들에게 '도덕적 상상력'(moral imagination)을 발휘해 줄 것을 요구한다. 머지않은 미래에 후손들에게 우리는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고 환경파괴를 중지시키기 위해 무엇을 했다고 이야기할 것인가? 작지만 꾸준한 실천을 통해 지구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세계에 자랑하는 김치를 우리의 식탁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계명대 미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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