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괴짜생태학

브라이언 클레그 지음/김승욱 옮김/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녹색'이 대세다. 소시민의 생활에서든 기업에서든 정치에서든 '친환경'은 이제 필수가 됐다. 사실 누구도 환경을 파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신선한 공기, 맑은 물을 마시고, 청결한 환경 속에서 일하고 또 쉬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쓰레기를 꼼꼼히 분리배출하고,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자가용 대신 자전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유기농 식품을 먹고 공정무역 상품을 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들리는 소리는 여전히 위험신호뿐이다. 전문가들은 연일 심각한 사례를 들추고, 정부는 겁을 주며 세금을 거두고, 환경운동가들은 열정에 찬 목소리로 훈계를 늘어놓는다.

'정말 내가 그렇게 환경을 오염시키며 사는 걸까?' 의문도 들지만 환경문제란 것이 워낙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데다 환경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위험을 경고하니 의심할 여지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녹색은 신화가 되고, 자연은 인질이 된다. '인질'이 잡혀 있으니 개인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으며, 따져볼 겨를이 없다. 지은이는 '환경'을 인질로 잡고 펼치는 오늘날의 다양한 이익 쟁취를 '환경 사기극'이라고 규정한다.

환경 문제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있다. 지은이는 유전자 변형식품을 거부하고, 푸드 마일이 적은 식품을 먹고, 제3세계 식량난에 영향을 미치는 바이오 연료를 반대하고, 북극곰 보호 기금을 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탄소세'도 그렇다. 탄소 측정법이나 기금의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금을 얼마나 받아 어떻게 쓸 것인가.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받아 나무를 심는 행위는 지금처럼 탄소배출량이 많을 때는 별 효과가 없다. 탄소배출 속도에 비해 나무가 자라 탄소를 흡수하는 속도가 너무 늦기 때문이다. 차라리 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받아 탄소를 포획하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탄소보다 환경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메탄, 납, 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탄소만 이야기하는 것 역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정말로 '효용' 있는 대안을 생각하기보다 '보여주는 행위'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잔류농약의 위험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면서 유기농이 추앙받는다. 그러나 양으로 치자면 우리가 채소류를 통해 1년간 섭취하게 되는 농약의 양보다 한 잔의 커피에 더 많은 양의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한다.

제3세계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이익이 돌아가게 하자는 취지의 '공정무역'은 훌륭하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보다 평균 임금이 훨씬 높은 멕시코에 공정무역 계약이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공정무역은 소규모 지주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므로, 상황이 더 나쁜 계절 노동자들에게는 큰 혜택이 가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좋아 보이지만 노선 때문에 훨씬 먼 거리를 돌아가고, 그래서 교통정체를 야기하기도 한다. 대구의 경우 앞산터널과 관련해 이와 비슷한 논란이 일어났다. 한쪽에서는 터널을 뚫는 행위가 자연을 파괴한다고 반발했고 다른 쪽에서는 터널로 교통을 분산시킬 경우 만성정체로 인한 배기가스 배출을 더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애완견 배설물을 치우기 위해 비닐봉지를 들고다니는 것은 공원을 깨끗하게 하지만 지구를 더럽힌다. 이처럼 환경문제는 복잡하며, 여러 각도에서 보아야 한다.

이 책 '괴짜 생태학'은 감상적인 지구 사랑이라는 인식을 털어버리고 제대로 지구를 구하는 방법을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 책이 던지는 환경에 관한 질문에 답해가는 동안 새로운 사고방식이 각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 브라이언 클레그는 물리학을 전공한 자연과학자로 브리티시에어라인에서 작전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영국 재무부, 소니, BBC 등에서 창의력 컨설팅을 해왔다.

380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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