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동대구복합환승센터 개발계획 공모를 통해 신세계의 지역 유통 진입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유통, 건설, 금융 등 대구의 주요 경제기반 전 부문이 수도권 거대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 지역의 '곳간'이 줄줄이 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돔야구장 건설, 경제자유구역개발 등 앞으로 예정된 대형 개발사업에서도 자금력이 약한 지역 업체들의 설자리가 없어 대구를 향한 거대 자본의 침식은 더 심화될 전망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들은 "대구가 그러잖아도 소비도시이고, '경제파이'가 한정돼 있는데 외지 자본의 공략이 계속되면 대구경제는 전국 최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주공산 대구는 좋은 '먹잇감'
1997년말 IMF 외환위기 발발 후 대구 지역업체가 몰락하면서 수도권 거대자본은 '쓰나미'처럼 대구에 진출해 지역의 돈을 거둬가면서 대구 경제를 초토화 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골목상권까지 파고들며 지역 상권을 장악했고, 자금력을 앞세운 수도권 대형 건설사들은 청구, 우방, 보성 등 대구업체들이 사라진 틈을 노려 지역 건설시장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IMF 직후 단 한 곳에 불과했던 수도권 유통업체 매장은 2014년 개점예정인 신세계, 내년 개점 예정인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2개, 이랜드그룹 2개 등 백화점만 6개가 대구시장을 두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홈에버 등 대형소매점도 현재 18개가 권역별로 상권을 장악했다. 특히 동네상권에도 외지 기업형슈퍼마켓(SSM) 27개가 진출, 영세상인들을 고사시키고 있다.
권기일 대구시의원(경제교통위)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 외지 업체들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통시장을 제외한 3조2천억원의 유통분야 전체 매출 가운데 75% 수준인 2조5천억원을 가져갔다.
건설업도 외지 업체들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대구발주 건설 공사금액 1조1천억원 중 대구 업체가 수주한 금액은 전체의 30%에 불과한 3천200억원에 그친 반면 외지 업체들은 70%에 해당하는 7천800억원을 가져갔다. 지역 업체들의 공사 수주액은 2006~2008년에도 최대 25%를 넘기지 못하는 등 안방에서조차 대형 역외 업체들에게 밀려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배는 불리고, 지역 공헌은 없다
수도권 본사 금융회사들도 역내 자본을 싹쓸이 하다시피하고 있다. IMF 이전 대구은행을 주축으로 대동은행·조선생명·동양투신·대구종금 등 대구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는 10여 곳이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대구은행을 제외하고 모두 문을 닫으면서 지역의 돈이 역외로 유출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구경북엔 역외 은행 15곳, 증권사 25곳이 영업을 하고 있고 생명·손해보험사와 카드 및 여신전문회사 40여 곳 등 역외 금융회사들이 지역 내 자금의 70% 이상을 주무르고 있다는 것.
외지 거대자본 업체들이 이처럼 지역에서 배를 불리고 있는데도 지역사회 기여도는 쥐꼬리만하다.
이마트, 롯데 등은 지역 본사 금융회사인 대구은행에 소액의 잔고만을 남겨 둔 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수익을 서울의 주거래은행에서 이용하고 있다. 대구·경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비롯한 사회복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역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도 지역백화점에 비해 턱없이 적게 내고 있다.
이처럼 외지 유통 및 건설업체들이 지역사회 공헌과 지역밀착 경영을 도외시하면서 지역 사회여론이 비등해지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외지업체 불매운동과 지역업체 돕기운동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기일 대구시의원은"역외 업체에 대해 배타적인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역외 업체들의 자금유출을 막고, 지역 공헌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시장질서에 위배되지 않는 한 입점제한, 지역 업체 생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춘수·정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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