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락하는 도시, 번성하는 도시]⑭발전이냐,침체냐? 기로에선 구미·포항·문경

구미국가산업 1단지내 동국무역 방직1공장. 1997년 워크아웃 이후 덩치(24만㎡)가 워낙 큰 탓에 일괄 매각 실패가 장기간 방치돼 왔지만 최근 소규모 공장 용지로 분할 매각되면서 이 일대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구미국가산업 1단지내 동국무역 방직1공장. 1997년 워크아웃 이후 덩치(24만㎡)가 워낙 큰 탓에 일괄 매각 실패가 장기간 방치돼 왔지만 최근 소규모 공장 용지로 분할 매각되면서 이 일대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 짓다만 유희시설이 6년째 방치돼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풍경과 비슷하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 짓다만 유희시설이 6년째 방치돼 관광객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풍경과 비슷하다.
포항은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해왔으나 국제철강경기 하락으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포항은 포항제철을 중심으로 성장을 구가해왔으나 국제철강경기 하락으로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도시는 변화를 꿈꾼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도시가 있고 눈에 띄게 퇴보하는 도시가 있다. 저마다 처한 여건과 분위기, 구성원들의 노력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경북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수도권 집중화의 거센 파고속에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곳도 있고 아예 도시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는 곳도 있다. 경북에서 역동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도시는 구미와 포항, 문경 등이다. 구미는 '고용없는 성장', 포항은 '철강경기 침체', 문경은 '폐광도시 탈출'이라는 거센 도전의 시험대에 서있다. 이들 도시들이 어떠한 방식과 노력으로 모진 시련을 견뎌내고 우뚝 설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 '고용없는 성장' 구미

구미의 상징은 국가산업단지다. 4개 산업단지에 모두 1천89개사가 입주해있고 6만8천295명(올 3월 현재)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입주업체는 지난 2000년 506개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나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모습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리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

먼저 10년 전에 비해 근로자 수가 고작 3.8% 증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7만9천명이던 근로자 수가 2008년 7만명 선이 붕괴되면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최근 5년동안 1만1천609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이때문에 구미지역 실업급여 신규수급자는 매달 800~900명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구미산단의 또다른 딜레마는 전국 수출 비중의 감소다. 올 5월 현재 23억1천300만달러를 기록, 전국 수출액의 5.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이는 2003~2005년 전국 수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후퇴다. 수출 전초기지의 위상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조성된 지 40년이 지난 국가산단 1단지가 지난해부터 정부 지원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4단지에 1조원에 달하는 신재생에너지 관련기업들이 잇따라 입주하고 있다. 구미시 이홍희 경제통상국장은 "옛 금오공대 캠퍼스에 모바일융합기술센터가 건립되고, 공동화 현상을 보이던 1단지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늘고 있어 조만간 구미는 옛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철강경기 침체' 포항

포항은 국내의 대표적인 철강도시다. 지난 10여년 간 포항 철강산업은 호황을 누렸으며 2007년까지 평균 경제성장률 3.5%를 기록해왔다. 경기호황에 따라 GRDP(지역내총생산)도 크게 올랐다. 지난 2000년 1인당 GRDP가 1천580만원이었으나 2007년에는 2천820만원으로 껑충 뛰면서 삶의 질도 향상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국제 철강경기가 하향곡선을 타면서 포항에도 암운이 깃들고 있다. 철강산업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공장 증설이 없었던데다 국내 철강 생산기지가 당진과 광양 등으로 옮겨갔다. 특히 중국과 인도의 성장이 위협적이다. 중국 자체 철강생산 능력 확대와 인도의 철강산업 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포항의 금속 제조업의 출하액도 2005년을 기점으로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철강협회는 내년도 국제 철강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어 더욱 우울한 상황이다. '원자재의 블랙홀'이라는 중국의 철강 수요가 내년에는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때문에 포항은 철강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첨단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경제자유구역과 테크노밸리 조성, 영일만항 배후단지 가동 등을 통해 철강 일변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어 조만간 그 효과를 기대해볼 만 하다.

◆ '폐광도시 탈출' 문경

문경은 1990년대 초 폐광 이후 급격히 쇠퇴해 낙후도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경은 관광산업 육성으로 올인하다시피 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폐광 이후 개발촉진지구, 폐광지역진흥지구를 지정하고 도로망, 골프장,온천, 드라마 촬영장, 철로자전거 등을 조성했지만 새로운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은 폐광도시에서 관광도시로 변신을 하려다 도시 전체가 파산한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夕張)시와 비슷하다.

특히 관광진흥을 위해 설립한 문경관광개발㈜는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2003년 시민 2만여 명이 참여해 70억원을 출자했고 문경시가 10억원을 내놓은 민관 출자회사였다. 그러나 문경새재 유희시설 조성을 추진하다가 '불법상가 분양' '이행보증금 미납' 등으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짓다만 가건물과 놀이시설로 인해 문경새재의 흉물이 돼 버렸다. 사실상 휴업상태를 맞게된 문경관광개발은 이렇다 할 수익마저 내지 못해 해체론까지 불거지면서 지역의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그렇지만 국군체육부대가 옮겨와 공사에 들어가면서 큰 활력소가 되고 있다. 메인스타디움을 비롯한 국제규격 경기장 25개가 한꺼번에 건립되고 부대 장병과 가족 등 2천여 명이 상주하게 됐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국군체육부대를 기반으로 다양한 체육시설 보강과 사회기반시설 확충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문경은 침체된 폐광도시에서 벗어나 내륙지역 최고의 체육도시 및 문화관광도시로 발돋음해 옛 영화를 재현하겠다는 기대에 부풀어있다.

구미·이창희 기자 포항·이상원 기자 문경·고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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