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정모(37) 씨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잠시 주춤하자 급하게 빚을 내 모 증권사의 주식을 샀다. 가파르게 오르는 지수가 잠시 주춤하기만 기다리다가 때를 놓친 탓이다.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부족했던 정 씨는 증권사로부터 신용융자를 받아 주식을 매수했다. 정 씨는 "이자 부담이 있긴 하지만 투자 수익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돈을 빌렸다"며 "기대만큼 주가가 오르지 않으면 손해가 더 커지기 때문에 살 떨리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치솟자 빚을 내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들이 늘고 있다. 지수가 1,900선을 뚫고 올라가는 동안 조정을 기다리던 개미들이 너무 주가가 빨리 오르자 빚까지 내며 매수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것. 그러나 신용 융자는 이자 부담이 있는데다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까지 당할 수 있어 손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
◆빚내서 주식 사는 개미들
코스피지수가 1,900선에 올라서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 규모가 3년 2개월 만에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6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조1천782억9천600만원으로 2007년 8월 9일 5조2천155억5천만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위탁매매 미수금도 1천908억7천100만원으로 지난 5월 18일 이후 최고치를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는 코스피지수가 상승세를 탄 9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신용거래융자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3차례나 된다. 신용거래융자는 일정 금액을 담보로 삼아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말한다. 신용융자 잔고는 주가가 오르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 증가세는 증시에 대한 개인들의 관심이 늘어난 것으로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무턱대고 빚냈다간 '깡통' 찬다
신용거래융자는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투자이익을 기대하는 개인 투자자나 지분을 늘릴 필요가 있는 주주들이 주로 이용한다. 거래 기간 동안 이자를 내야 하고,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 반대매매를 당하거나 대량 손실에 이은 '깡통계좌'가 나올 수도 있다. 더구나 500선을 좀처럼 넘지 못하고 있는 코스닥시장에서도 신용거래융자잔고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위험이 큰 중소형주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업종별, 종목별로 주가 편차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가는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연저점 이후 개인들이 많이 산 2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기, 제일모직 정도만 성공했을 뿐 하이닉스, 삼성생명, POSCO, 삼성전자, KB금융, LG디스플레이는 수익률이 한 자릿수대고, 한국전력은 20% 정도 손실을 봤다. 반면 많이 내다 판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OCI, 현대중공업, SK에너지는 많게는 배까지 오르는 등 수익률이 50% 안팎에 이른다.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넘는 등 좋은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증시는 항상 등락하기 마련"이라며 "장이 좋다고 빚을 내 투자하다간 후회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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