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았다. '경제 살리기'를 최대 공약으로 내세워 탄생한 MB 정부인만큼 절반이 넘은 집권기간 동안의 경제 성적표에 궁금증이 쏠린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지표와 서민 체감경기 분야에서 엇갈린 점수를 매기고 있다.
◆경제지표는 '쨍쨍'
겉으로 드러난 경제지표로만 봤을 때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하다. 집권 초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뚝 떨어졌던 각종 경제지표들이 빠른 속도로 회복세를 보인 것이다. 수치상으로는 그렇다. 올해 2분기 7%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무역수지 흑자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외환 보유액도 빠르게 회복됐고, 한때 9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지수도 두 배를 넘어 벌써 2천선을 바라보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제 회복세도 완연하다. 기계, 섬유, 자동차부품, IT 등 지역을 대표하는 제조업 현장은 요즘 물량이 넘쳐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성서공단의 한 업체 대표는 "쏟아지는 주문 때문에 정신없이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고 있다"며 "요즘만 같다면 기업하는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부품 업체들도 올 들어 달러 값 상승과 완성차 판매 증가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1차 협력업체를 중심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출 전선도 호황이다. 초엔고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가진 국내 제품들이 해외에서 더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국내 74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6.6%가 '엔화 가치 상승으로 국내 중소기업 수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52.1%는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전망했으며 감소할 것이라는 답은 11.3%에 그쳤다. 엔고 현상에 긍정적으로 전망되는 업종은 기계부품(26.9%), 전기전자(19.2%), 섬유(15.4%) 등의 순으로 조사돼 대구경북의 주력 분야가 꼽혔다.
◆서민 체감경기는 '꽁꽁'
하지만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글쎄요?'다.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서민들의 체감 경기 날씨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인 것. 경제지표는 해가 쨍쨍한데,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찬바람만 부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서민층이 경기 회복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한데서 찾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굳어지면서 경제성장률이 높아도 내수시장 확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8월 현재 대구의 경제활동인구는 120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만1천명 감소했다. 그만큼 취업을 포기한 사람이 늘었다는 반증이다.
지역 중소기업 사장들의 투자 열기 감소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호황세에 따라 기업은 돈을 쌓고 있지만 대부분 사장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갈 뿐 근로자들을 위한 임금 상승이나 복지 개선으로는 이어지지 않아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만들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경북대 구동모 교수(경영학부)는 "요즘같이 기업들이 돈을 벌면 근로자들에게 많은 몫이 돌아가야 서민경제가 굴러갈 수 있는데, 돈이 한쪽에만 몰리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는 "정부가 긴축재정을 쓰다 보니 기업들이 재투자할 생각을 하지 않고 만일을 대비한 자금으로 쌓아두기만 하는 현상만 빚어지고 있다"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돈이 밑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구경북연구원 홍철 원장은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기업들이 신기술 투자에만 집중할 뿐 서민들의 소비와 연결되는 고용·임금 분야에 인색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며, 서민경제와 가장 연관이 있는 건설업 불황의 장기화가 두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의 장밋빛 미래를 이끌어야 할 현안들도 마찬가지로 '저성장병'에 걸렸다. MB정부 출범 이후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과학산업단지, R&D특구 등 굵직굵직한 '선물'을 많이 받았지만 이후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 지역 전문가들은 "안 그래도 긴축재정을 내세운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올인, 대부분 자금이 묶이는 바람에 지역의 대규모 국책사업에는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리 현실에 맞는 전략을 새로 구축해 스스로 자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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