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 외과 윤성수(48) 교수는 복강경(배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하는 수술)의 대가다. 1995년 5월부터 영남대병원에 근무하며 간, 담낭, 췌장, 비장 관련 수술만 4천600여 건을 했고, 그 중 2천500여 건이 복강경을 통해 이뤄졌다. 그는 장기적으로 볼 때 "복강경 수술이 발달할수록 수술 환자가 바라는 세 가지, 즉 완치와 무통, 무흔(흉터 없음)을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췌장 분야 복강경 수술의 대가
외과 중에서도 간·담·췌장 분야는 특히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수술의 성패가 곧바로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위해 연구실을 찾았을 때 윤 교수는 대뜸 휴대폰을 열어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선생님 참 고맙습니다. 김○○ 환자가 오늘 퇴원하게 됐습니다. 선생님의 놀라운 의술 덕분입니다. 곧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윤 교수는 "노(老) 신부님이 어제 보내온 문자 메시지"라며 "응급실을 통해 입원한 뒤 수술을 받고 이틀 만에 퇴원한 한 환자의 보호자"라고 설명했다.
이럴 때면 한 사람의 생명을 구했다는 뿌듯함과 스스로 택한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간과 담낭, 췌장, 비장 등에 이상이 생겨 이를 잘라내는 수술을 주로 한다. 소화기능을 돕는 담낭(쓸개)은 잘라낼 경우 간에서 바로 십이지장으로 담즙이 공급되기 때문에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비장(지라)는 면역계통에 간여한다. 절제시 자칫 감염에 취약해져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췌장(이자)은 인슐린 생성을 맡는데, 건강한 사람의 경우 절제 수술 후 40%만 남아있어도 제기능을 할 수 있다. 다양한 질병 탓에 이를 장기를 완전 또는 부분 절제해 내지만 암이 의심될 경우 수술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담낭 절개는 비교적 어렵지 않습니다. 예전 개복 수술을 할 때엔 오전에 2명밖에 수술을 못했지만 복강경을 하면 4명까지 가능합니다." 나머지 비장과 췌장, 간은 고난이도 수술이다. 자칫 출혈이 생길 경우 생명이 위험하고, 복강경을 통해 정확한 수술부위를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1, 2년 배워서 흉내낼 수 있는 수술이 아니다. 간 절제는 개복해도 어려운 수술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수술법 배워
윤 교수는 2002년부터 복강경을 통한 간 절제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두 번째 시도한 것이고, 지역에서는 최초다. "처음에는 담석이나 혈관종 등 양성 질환인 경우에만 복강경 수술을 했습니다. 차츰 간세포암, 전이암 등 악성 질환으로 수술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결과가 좋습니다." 간 절제시 개복 수술을 하면 50~60㎝를 절개한 뒤 2주 이상 입원해야 하며 2, 3개월 활동을 못한다.
하지만 복강경 수술은 크고 작은 구멍 3, 4개만 뚫어서 수술하기 때문에 5, 6일 만에 퇴원할 수 있다. 비장이나 췌장 수술은 수술 후 일주일 만에도 운동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는 좀처럼 만족하지 못하는 의사다.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도전해야 직성이 풀린다. "복강경 수술도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단지 치료뿐 아니라 수술 흉터가 없고, 통증도 없는 수술법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뤄지고 있죠."
배꼽을 통해 수술하는 '단일통로수술'(One-Port Surgery)가 국내에서 정착단계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배꼽에 작은 구멍을 내서 복강경 수술에 필요한 도구를 집어넣은 뒤 흔적없이 수술을 끝내는 것. "담낭이나 맹장 절제 같은 비교적 쉬운 수술에 많이 적용되고 있는데, 배꼽에만 작은 흔적이 남기 때문에 겉으로 봐서는 아무런 흉터가 없다"고 했다.
치료와 무흔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통증없는 수술까지 그는 준비 중이다. "위장이나 대장에 구멍을 뚫어서 내시경으로 병 든 맹장이나 담낭을 절제한다면 전혀 통증이 없겠죠. 국내외에서 실험적으로 시도되는 수술이 바로 '자연개구부 수술'(NOTES ; Natural Orifice Translumenal Endoscopic Surgery)입니다." 입이나 항문을 통해 내시경 도구를 집어넣은 뒤 수술하는 것. 아직 수술기구가 만족스럽지 못한 탓에 제한적·실험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윤 교수는 조만간 안전성을 보장할 기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병원과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에서 교환교수로 근무했던 그는 기초의학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장기 이식수술 이후 생기는 만성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쥐 심장이식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연구비 반환도 당해봤죠."
하지만 연구에 대한 열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영남대병원 의료공학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간에 있는 생체전기저항을 측정해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기전도 밝혀냈다. 아직 임상시험까지 이뤄지지는 못했지만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틀림없다. 기초의학을 임상에 접목하는 꾸준한 연구 덕분에 2007년 9월엔 제17차 세계소화기외과학회(IASGO)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윤 교수는 담백한 사람이다. 의과대학에 진학한 이유에 대해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가려고 했는데 성적이 모자라서"라고 답했고, 외과를 택한 이유는 "본과 2학년 때 검은 색 선글라스를 끼고 버버리코트를 입고 강의하신 교수님(권굉보 교수, 정년 퇴임)에게 매료돼"서라고 답했다. 비록 담담하게 말했지만 의대 교수라면 진료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에도 최고가 돼야 한다는 가르침을 늘 가슴에 담고 산다. 지난해 영남대 개교기념일 행사에서 그는 학생강의평가를 기준으로 선정한 강의 우수교수에 뽑히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묻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도 치료하지 못한 환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다. "40대 가장들이 암 때문에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안타깝습니다.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에 힘들기도 합니다." 그런 중에도 보다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하루를 오전, 오후, 저녁으로 나눠 진료와 수술, 연구를 병행한다. "주변 의사들이 소개해서 오는 환자들이 많은 편입니다. 환자 뿐 아니라 저를 믿고 의뢰하는 동료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공부해야죠." 그는 성실하고 실력있는 의사와 교수로 늘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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