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을 위한 특별 처방전] 보약보다 잠

어느 덧 여름이 가고 가을이 찾아왔다. 유난히 무덥기만 했던 올여름에는 더위 때문인지 밤잠을 설친 날이 많았다. 특히 밤새 에어컨을 켰다가 끄는 걸 반복한 날은 그날 하루 온종일 몽롱한 기분 속에서 보냈던 것 같다. 또한 올여름에는 운동도 거의 못한 채 먹기만 했는데도 얼마 전에 체중을 재어보니 3㎏이나 살이 빠진 게 아닌가? 알아서 다이어트가 돼서 기쁘지만 뭔가 잠을 못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마다 잠자는 패턴은 무척 다양하다. 한 선배는 기차나 버스를 타면 타자마자 잠들기 시작해서 내릴 시점이 되면 정확히 깨어난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이 늦게 들어와도 잠을 자기 때문에 몇 시에 들어오는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잠자는 것이 늘 쉽지 않다. 집에서도 쉽게 잠들지 못하는 편이고 더구나 남편이나 아들이 집에 늦게 들어오면 들어올 때까지 잠들지를 못한다. 남들은 그러는 나를 보고 아직도 신혼이냐고 놀리지만 그저 잠들지 못해서서 깨어있는 것을 어찌하랴. 그것도 나름의 고충이다.

현재 지구상에서는 전체 인구의 약 30%가 불면증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청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아침인사가 "안녕히 주무셨어요?"였던 우리 조상들은 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현명한 분들이었다. 의사들이 진료를 하면서 처음으로 하는 질문 중의 하나도 '잠을 잘 자느냐'이다. 잠을 잘 못 잔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이 잘못되어 간다는 첫 신호로 작동한다.

그러면 일상생활 속에서 잘 자는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잠들기 1~2시간 전 조명이 수면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는 조명이 어두워지면 수면촉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TV와 인터넷에 노출이 많이 되어있는 눈은 쉽게 그 잔상이 떠나지 않기 때문에 잠들기 전에는 눈을 편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끈한 우유 한 잔도 효과적이다. 우유에는 수면과 관계되는 트립토판이라는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은 오후엔 기타 음료수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소변을 보기 위해서 잠이 자주 깰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 편안한 잠을 자고 난 다음날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푹 잠을 자고 일어난 날은 세상이 새롭게 느껴지고 나를 구성하는 세포 하나하나가 환호하는 느낌이다. 그 상쾌함이란 여느 보약에 비할 수 없는 값진 것이다. 그만큼 잠 자체가 뇌와 신체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힘이 있다. 올해는 건강을 위해 보약 대신 잠 잘 자는 비법을 지어야겠다.

영남대병원 치과 교수 이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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