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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평] 삼성 투지만은 칭찬할 만…이동수 대구방송해설위원

엎치락뒤치락 한 4시간 58분의 승부는 결국 두산의 승리로 끝났다. 대구 2차전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두산으로선 서울 잠실에서 펼쳐지는 플레이오프 3, 4차전이 다소 편했을 것이다. 반대로 2차전에서 9회 말 결정적 한방을 터뜨리지 못해 1승을 두산에 내준 채 서울 원정에 나선 삼성으로선 부담이 갔다. 1승1패. 삼성 선동열 감독은 경기 전 "3차전이 사실상 결승"이라고 했다. 승부처를 들기가 어려울 정도로 너무나 변수가 많았던 경기다. 아쉬운 순간이 너무 많았고, 실망스런 모습도 넘쳤다. 하지만 이날 삼성 선수들의 투지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다.

삼성 선수들은 이전 경기와는 달랐다. 반드시 이기고자 했다. 플레이 속에서 드러난 모습이 바로 몸에 맞는 볼이었다. 3차전, 두산 히메네스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에 움찔하며 피했던 삼성 타자들은 이날 몸쪽 공에 몸을 갖다 댔다. 1회 1사 2루에서 박석민은 두산 선발 김선우의 몸쪽 공을 피하지 않았다. 몸에 맞고 나가며 득점에 성공했다. 4대6으로 끌려가던 8회, 대타 조영훈의 솔로포로 1점을 따라붙은 뒤 극적인 동점을 이끈 것도 몸에 맞는 볼이었다. 1사에서 김상수는 고창성이 던진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몸을 홈플레이트 쪽으로 갖다 댔다. 종아리에 공을 맞은 김상수는 1루로 걸어간 뒤 박한이의 2루타 때 홈까지 쇄도, 결국 동점을 이끌어냈다.

만일 삼성이 승리했다면 11회 채상병의 몸에 맞는 볼이 최고의 플레이로 칭찬받았을 것이다. 11회 선두타자 박석민은 1회에 이어 또다시 몸에 공을 맞고 1루로 걸어나갔다. 공을 맞으면 아프다. 그래도 피하지 않았다. 흔들린 두산은 1사 만루를 내줬고, 삼성이 다시 주도권을 쥐게 된 것도 몸에 맞는 볼이 됐다. 1사 만루에서 채상병은 홈플레이트로 바짝 붙어 몸에 맞는 볼을 유도해 타점을 올렸다.

비록 패했지만 삼성 선수들의 투지는 빛났다. 그래서 4차전, 나아가 5차전에서 선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동수 대구방송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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