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독선

사람에 대해서든 일에 있어서든 세상의 평가는 양면성이 있다. '옳다 그르다'가 맞서고 '좋다 나쁘다'가 공존한다. 사람마다 제각각 생김과 생각이 다르고 사회의 구조와 논리가 같지 않기에 평가는 상대적이다. 절대적 가치 진선미(眞善美)도 서로 다른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 들어오면 엇갈린 시선에 마주친다. 평가의 상대성은 갈등과 싸움을 부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최선의 길을 찾아 나선다.

노벨위원회가 평화상 수상자로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선정하자 중국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비폭력 투쟁을 벌여왔다"고 선정 이유를 밝힌 노벨위원회는 "중국은 새로운 위상에 걸맞은 더 큰 책임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노벨위원회가 오만과 편견을 드러냈다"며 오히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감시와 가택연금을 강화하는 등 강경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군부대 열병식을 벌인 어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타계했다. 북에 새로운 권력이 등장한 날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노 망명객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남으로 망명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인 황 씨를 눈엣가시로 여긴 북은 '개만도 못하다'고 욕하며 암살조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전제권력의 허구성을 비판해 온 그는 남에서 민족의 평화를 위해 헌신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노동당 창건 행사에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열병식은 생중계됐고 이례적으로 전 세계 취재진이 초청됐다. 김정은의 후계 체제를 대내외에 선언한 것이다. 3대 세습을 코미디로 여기는 서방세계와 달리 중국은 후계 체제 지원을 본격화하고 중국 언론들도 일제히 새로운 후계자를 소개했다. 권력 세습은 김정일과, 기존 체제의 유지를 원한 북한 지도층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찌들린 북한 주민들의 평가도 과연 이들과 같을까.

평가의 상대성을 인정한다고 모든 평가가 정당성을 얻지는 못한다. 보편타당성을 가져야 한다. 인간의 역사가 자유를 향한 과정의 기록이라면 자유를 짓밟는 사회는 정당하지 않다. 저 혼자만 옳다면 독선이다. 독선을 외면하고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말할 수 있을까.

서영관 논설실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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