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마다 쌀값 폭락, 농촌 파탄지경"

매년 10%씩 하락 올해 40㎏에 4만원…"정부 수매 보장 나서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쌀값이 폭락세를 거듭하자 농민 단체들이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등 쌀값 보장을 위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의장 신택주)과 의성농민회(회장 김정욱)는 11일 오전 의성 안계평야에서 수확을 앞둔 벼논 2천300여㎡(700평)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정부에 쌀값 보장을 촉구했다.

신택주 전농 경북도연맹 의장과 김정욱 의성농민회장은 "쌀값이 작년부터 계속 폭락하면서 현재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농촌이 파탄지경에 처해 있다"며 "정부는 농민들의 생존을 위해 쌀값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1일 기준 경북의 2010년산 쌀값은 조곡 한 포대(40㎏ 기준)에 4만원 정도이다. 최근 2년 동안 경북지역 쌀값 추이를 보면 의성지역 경우 2008년 안계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수매가는 조곡 한 포대(40㎏ 기준)에 5만5천원, 2009년에는 4만7천원으로 쌀값이 매년 10% 이상 폭락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정부와 농협, 민간 미곡종합처리장이 보유한 재고미가 계속 늘어나는 반면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다 농협을 제외한 일반 미곡종합처리장이 지난해와 같은 물량을 올해에 수매할지도 미지수다. 2년 전부터 쌀값이 폭락해 적잖은 피해를 입고 있는 미곡종합처리장이 올해는 수매 물량을 조절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부 민간 미곡종합처리장 경우 아직 수매 물량을 정하지도 못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여름부터 최근까지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 등으로 벼에 문고병 등이 극성을 부려 작황도 좋지 않은 편이다. 농민 입장에서 보면 작황도 좋지 않은 데다 쌀값마저 폭락세를 면치 못하자 영농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의성 안계평야 농민들은 "공산품은 일 년에 몇 차례 오르는 등 모든 물가는 계속 올라만 가는데 우리 국민의 주식인 쌀값은 10년 전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에서 오죽하면 농민들이 자식처럼 키운 벼를 수확을 앞두고 트랙터로 갈아엎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의성지역 또다른 농민들도 "안계평야가 있는 서부지역은 농협들이 수매하지만 이모작을 하는 의성읍과 단촌 등 동부지역은 어디에다 쌀을 팔아야할지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의성지역 한 농협 관계자는 "농협은 농민들의 입장을 생각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수매를 할 수 있지만 일반 미곡종합처리장은 입장이 다르다"며 "당장에 경영에 문제가 되니까 쌀 수매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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