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음식의 비결은 조미료가 아닌 원재료의 신선함입니다. 오디오도 이 원리를 적용하면 똑 같습니다."
위덕대 전자공학과 이치환 교수. 전자 분야에서도 '모터제어'가 전공인 이 교수가 최근 '진공관 기능을 가진 디지털 앰프'를 개발해 특허 출원을 했다.
그가 전공과는 다소 상이한 '특허'를 출원한 동기는 단순하다. 원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저렴한 오디오 공급이 목적이다.
"20년 전부터 취미로 음악을 듣다 조금 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해 10여년 전부터 연구실에서 시간날 때마다 앰프와 스피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머리에서 '번쩍'하며 오디오 회로가 머리에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5년전 '득도'(?)를 했다고 했다.
"원리를 알려고 음향심리학까지 차근차근 공부했습니다. 알고 보니 아주 간단하더군요. 수요자(귀)가 원하는 '음'의 원칙만 살리면 현장감이 살아있는 시원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교수의 설명을 정리하면 이렇다. 사람이 '음'을 들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첫번째 소리(attack time)지만 반도체보다 원음 재현 능력이 좋다는 기존 진공관 앰프도 첫음을 70~80%밖에 구현하지 못한다는 것.
그는 "1940년대에는 오실로스코프 같은 계측기가 없었습니다. 오직 귀를 이용하여 앰프를 튜닝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소리를 재현했지만 회로와 스피커에 대한 공학적인 해석이 불완전해 최적화된 소리를 만들진 못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디지털 앰프는 엔지니어들이 청각이 아닌 계측기에만 의존해 소리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러운 맛이 진공관에 비해 떨어지게 됐다는 것.
즉 이 교수는 아날로그 음에 전자공학을 접목한 오디어를 만든 셈이다. 또 그는 최적화된 앰프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스피커를 개발했다.
"선물한 오디오를 받은 지인이 TV 소리가 채널마다 다르게 나온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방송사마다 장비가 다르고 엔지니어가 다른 만큼 당연히 원음도 다를 수밖에 없죠."
이 교수는 다음 과제로 값비싼 진공관의 기능을 살린 디지털 앰프를 개발했다.
"진공관은 회로가 아주 불안정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원음을 살리는 장점입니다. 반도체 회로는 민감해 스피커에 전달한 신호를 다시 받아들이는 때문에 스피커가 잔향을 제대로 낼 수가 없습니다."
그는 디지털 앰프가 본인 기준으로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귀가 열린' 사람도 들으면 진공관과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아날로그 보이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면 대다수 사람들이 맑고 시원한 느낌, 그리고 현장감이 실려있는 톤에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외제차 한대값은 날렸을 것 같네요. 제가 만든 오디오에 빠져 있는 집사람도 이제 그만 됐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개발한 기술이 아깝고 격려하는 분들이 있어 계속 연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그는 직접 만든 앰프와 스피커에 '아날로그 보이스'란 이름을 붙였다.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경북대 의대 조교로 근무할 때는 어떤 고가의 의료장비도 못 고치는 것이 없는 병원내에서 '맥가이버'로 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오디오 시장 가격이 상당히 왜곡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제 기술이 상용화돼 저렴한 비용으로 원음을 살린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면 합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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