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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태의 중국책 읽기] 마을 대소사까지 챙기는 농촌부녀 실상

중국농촌부녀상황조사(中國農村婦女狀況調査)/쩐옌(甄硯), 北京: 社會科學文

얼마 전 폐막된 유엔총회에서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은 여전히 개발도상국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을 때 소위 '잘 나가는 중국'이 배부른 소리한다고 말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원자바오 총리의 고백은 맞는 말입니다. 쩐옌의 '중국농촌부녀상황조사'를 보면 중국의 실상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책은 다양한 통계와 설문 자료들을 토대로 중국 농촌의 부녀들의 활동과 중요성을 부각시키려는 목적으로 집필되었지만 하나하나의 내용은 중국의 실상을 해부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통계 처리된 자료를 보면 농촌 부녀는 일반적으로 가정 관리, 노인 양로, 자녀 양육을 비롯해서 마을의 대소사까지 챙겨야 합니다. 농촌 부녀의 73.4%가 농업생산 노동에 참여하고 있고 도로 정비나 마을 정비에도 67.4%의 부녀가 참여합니다. 서부지역 5천 농가의 농촌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실제 상황이 더 소상히 나타납니다. 가정경제상황을 묻는 문항에서는 피조사자의 98.2%가 자기 집의 경제상황에 불만을 가진 것으로 나타납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원인으로는 첫째, 자금 부족 둘째, 기능기술 부족 셋째, 시장정보 부족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총수입이 겨우 먹고 살 정도여서 아파도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고 가옥이 부서져도 수리할 돈이 없을 정도의 가계 곤란자가 80%에 이릅니다. 직장을 찾아 도시로 간 농촌 부녀의 실상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63.2%는 30세 이하이고 직업도 54.8%가 서비스업, 23.6%는 제조업에 종사합니다. 관리직이나 공사에 취업한 사람은 10% 내외에 불과합니다. 과반수 이상이 미혼 상태여서 생활문제, 결혼문제에 직면해 있고 결혼한 가정에서는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여성의 지위나 사회적 역할을 논하기에 앞서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것이 중국의 실정입니다. 원자바오 총리의 말처럼 1억5천만 명의 중국인이 유엔이 설정한 기준 이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중국의 실상입니다.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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