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사투리타령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썰렁 유머가 항간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중에는 경상도 사투리와 관련된 내용도 있었는데, 버스 정류장에 서있던 경상도 할머니와 외국인 간의 우연하고도 희한한 대화가 눈길을 끌었다.

버스가 도착하자 경상도 할머니가 '왔데이'(What day)라고 말했는데 옆에 있던 외국인이 '먼데이'(Monday)로 대답을 했고, 할머니가 다시 '버스데이'(birthday)라고 하자 외국인이 '해피 버스데이'(Happy birthday)라고 응수를 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말 어느 송년 모임에서도 "할머니! 비켜주세요"를 세 글자의 대구말로 하면 "할매 쫌"이 된다며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낸 적이 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썰렁 유머를 두고 '얼음 공주의 해빙(解氷)'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이미지의 변신을 거론하기도 했다.

사투리란 이렇게 유머의 소재로도 흔히 쓰이며 그 지방의 문화적 특성을 대변한다. 경상도 사투리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마도 안동 사투리가 아닐까. 안동 사투리임을 단박에 알아 들을 수 있는 게 '껴'라는 말일 것이다. '가다' '오다'의 존댓말인 '가니껴' '오니껴'란 소리가 들리면 그곳이 바로 안동을 비롯한 경북 북부 지역임에 틀림없다. 청송 영양 봉화 영주 예천 의성 등지가 이 같은 안동 사투리 문화권에 속한다.

특히 구수한 사투리가 오가는 시장에 가보면 '여기가 과연 안동이구나'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기 마카 얼마이껴'(이게 모두 얼마입니까), '그매이가 그매이래'(그게 그거다) 등의 말에는 안동 고유의 냄새가 흠뻑 묻어 있다. 대구말과 안동말은 또 다르다. 경상북도 내에서도 지역별로 사투리가 각양각색이다. '그래여 안 그래여'(상주) '앤 묵고 앤 할라누마'(영천) 등이 그 예이다.

안 그래도 좁은 나라에 전국이 하나의 말로 통합이 된다면 안동 사투리가 질퍽하게 녹아 있는 하회별신굿탈놀이도 통역을 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사투리를 소재로 한 유머도 정말이지 잘 알아듣지 못하는 '썰렁' 유머가 될 수도 있겠다.

이상규 전 국립국어원장은 '방언의 미학'이란 책에서 '사투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잊혀져가는 사투리와 함께 얼마나 많은 지방 고유의 맛과 멋 그리고 이야기들이 사라져갈지….

조향래 북부본부장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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