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창훈기자의 디지털 라이프] 클라우드 컴퓨팅

2000년 '웹하드'란 서비스가 선보였다. 인터넷 연결만 하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를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이 서비스는 누리꾼들의 시선을 한몸에 끌어당겼다. 이후 웹하드는 승승장구하며 온라인 저장공간 서비스를 통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요즘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새로운 IT산업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이 용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웹하드 같은 서비스가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일종이다.

그렇다면 왜 최근 너도나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외칠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자의 급증때문이다. 스마트폰의 정체성이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런 성향과 가장 궁합이 맞는 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예를 들어보자. A씨는 필요한 자료를 미리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하는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그런 뒤 이동 중이거나 갑작스럽게 자료가 필요할 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끝이다. 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만 하면 자신이 올려놓은 자료를 꺼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떠했는가. 필요한 자료를 USB 드라이브에 저장해놓고 항상 들고다녀야 했고 컴퓨터에 꽂아 내용을 봐야 했다. 혹 휴대하다 잊어버리거나 집에 놓고 오면 허탕이었다. 물론 웹하드 같은 서비스가 있지만 유료 서비스라 개인이 사용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전망 있는 시장성으로 인해 각 업체들이 잇따라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더욱이 과거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성능과 무료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걸고 내놓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누리꾼들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대표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보면 네이버에서 선보인 'N드라이브'와 KT의 '유클라우드', 나우콤의 '세컨드라이브' 등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향후 IT 분야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우선 지금까지 많이 사용되던 USB 드라이브나 DVD, CD 등을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직장인 이재훈(35) 씨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익숙해지다 보니 USB 드라이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USB 드라이브를 휴대하는 것 자체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굳이 자료를 내려받지 않고 사이트에 접속하면 볼 수 있는 형태로도 발전하고 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에 문서 프로그램이나 포토샵 등 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트에 접속하면 사용자가 각종 문서나 사진 등을 곧바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이미 스마트폰에서는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나왔고 네이버 등 포털업체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PC와 노트북, 스마트폰은 하나의 입력과 출력만 담당하는 단말기 역할만을 하게 된다. 저장장치나 제어장치가 필요 없이 모니터와 키보드만 있으면 되는 시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켜기만 하면 곧바로 인터넷으로 각종 프로그램이 깔려 있는 서버에 접속되고 이용자는 그 서버의 자원을 무한정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제점도 예상된다. 수많은 자료가 하나의 거대한 서버에 축적되면서 자칫 그 서비스를 시행하는 회사에서 이를 권력의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의 서버와 수많은 개인 PC, 스마트폰 등으로 네트워크화되어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체계에서는 보안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해킹과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앞으로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클라우드 컴퓨팅은 진정한 IT 혁명으로 여겨질 것이다.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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