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봉화 유학자 후손 지방교부세 집행 '큰손'…이주석 행안부 지방재정세제국장

봉화군 물야면 오전리는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오전약수로 유명하다. 경북 북부지역의 젖줄인 내성천도 이 곳에서 발원, 예천에 이르러 낙동강 본류와 합류한다. 또 마을 인근 문수산은 풍수지리설에서 고관대작이나 성불(成佛)이 난다고 전해져 온다. 행정안전부에서 요직 중의 요직으로 꼽히는 지방재정세제국장을 맡고 있는 이주석(53) 국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제는 도로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제 어렸을 적엔 오지 중의 오지였습니다. 100여 가구가 살았던 저희 마을에서 중학교 진학을 제가 처음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읍내 중학교까지도 50리 길이었죠."

그 시절 산골마을의 삶이란 게 다 비슷했겠지만 유학자의 후손인 그의 집도 무척이나 가난했다. 가까스로 봉화중·고를 마친 뒤 등록금이 없는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했지만 신체검사에서 탈락, 진학의 꿈은 잠시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대신 열심히 일했다. 당장 먹고 사는 것도 문제였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등록금을 마련해 꼭 대학에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위병 복무 기간까지 포함해서 4년여 동안 사농공상(士農工商)을 다 해봤습니다. 대구에서 잠시 공무원도 했고, 고향에서 농사도 짓고, 서울에서 공장도 다녔고, 장사도 했지요. 하지만 책은 항상 옆에 뒀습니다."

1980년 등록금 면제 장학생으로 중앙대 행정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한 그는 4학년 때 행정고시 27회에 합격, 청운의 꿈을 이뤘다. 바쁜 공직생활 중에도 학업의 뜻도 이어가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호주국립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가풍 덕분인지 어렸을 때부터 늘 공직자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행정이 어렵다는 걸 느낍니다. 호주 유학 시절엔 연방정부에서 근무하기도 했는데 직급이 높을수록 더 열심히 일하고 자기 몫을 책임지는 풍토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공직사회도 점점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국장은 행안부에서 지역경제과장·교부세과장 등을 두루 지내 지방재정 분야 전문가로 손꼽힌다. 지방재정의 지역간 균형을 위해 국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돈인 지방교부세를 집행하는 '큰 손'으로서의 경험을 두루 쌓은 셈이다. 지방교부세 규모는 올해 27조4천억원에서 내년에는 3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그가 9월 취임 후 처음 내놓은 '작품' 역시 지방의 축제·행사성 사업에 대한 투자 심사 범위 확대, 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과 '지방재정 투·융자사업 심사규칙' 개정안이었다. 지자체에서 유사·중복되거나 성과가 미흡한 축제를 열어 지방재정의 낭비 요인으로 지적온 데 따른 것이다.

이 국장은 2007년부터는 1년여 동안 경북도 기획조정실장을 맡아 중앙부처와의 가교 역할도 적극적으로 했다. "3대 문화권 개발, 백두대간 고산수목원과 같이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 발전의 계기가 될 만한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주신 덕분에 동해안고속도로·철도사업과 36번 국도 확장사업도 성과가 컸습니다."

중고교 때 축구부 선수로 전국대회에도 출전하기도 했던 그는 축구광이다. 요즘은 무릎이 안 좋아 뛰지못하지만 30대 후반까지는 조기축구회에도 꼬박 참석했다. 포지션은 측면 공격수. "키는 작지만 순발력이 좋았지요. 100m 달리기는 평범했는데 드리블 속도는 차범근 수준이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건강이 뒷받침되지않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는 선친의 말씀에 따라 낮에는 공 차고 저녁에 공부했지요. 하하하."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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