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주홍 글씨가 된 'TK', 역차별은 이제 그만

언제부턴가 대구'경북(TK) 출신이란 게 '주홍 글씨'가 됐다. 군사정권 시절, 이 지역 출신 정치군인들이 득세하면서 생긴 낙인이다. 'TK'가 족쇄가 되면서 정부의 고위 공직 인사에서 홀대받았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김영삼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 때까지 차관급 이상 정무직 공무원들의 출신지를 분석한 결과 'TK' 출신이 차별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이전 15년간 임명된 국무총리 16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전무했다. 장관급 478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대구'경북 출신은 모두 81명으로 광주'전남'전북 출신 112명보다 적었다. 차관급은 25명 중 대구'경북 출신이 7명으로, 종합하면 836명 중 지역 인사는 137명으로 16%에 불과했다. 영남권 전체 비중은 30%를 넘는다지만 실제론 'TK'가 알게 모르게 차별당해온 셈이다.

우리는 국토가 비좁은 나라다. 더욱이 좁은 땅에 수도권으로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좁은 국토를 더욱 좁게 쓰고 있다. 작은 나라에서 인재까지 출신지별로 갈라 기용하면 적소(適所)에 적재(適材)를 쓰지 못하는 결과를 빚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국회 인사청문회 때마다 부도덕하고 함량 미달인 인사들이 나와 국민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부겸 의원은 그저께 당 소속 동료 의원들에게 "한나라당과 경북 출신이라는 낙인과 멍에를 벗겨 달라"는 친필 편지를 돌렸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대구시'경북도교육청 국정감사에서 '대구'경북은 보수 꼴통 도시'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고 한다. 두 사례 모두 지역민들의 입맛을 쓰게 한다. 'TK'가 더 이상 주홍 글씨가 돼선 곤란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