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백두산 화산폭발?…한달간 팔공산 정상 못 본다

천지 20억t 물과 만나 동북아 초토화…아이슬란드 폭발 1천배 위력

아직은 평화로운 모습의 백두산 천지 풍경. 하지만 이 평화로운 천지에 화산 대폭발이 일어나면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적인 자연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아직은 평화로운 모습의 백두산 천지 풍경. 하지만 이 평화로운 천지에 화산 대폭발이 일어나면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적인 자연 대재앙이 될 수도 있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시커먼 화산재가 대구 하늘을 휩쓸까?'

민족의 영산, 백두산 폭발이 연일 화제다. 화산 폭발의 가공할 만한 위력과 그 공포는 이미 올해 폭발한 아이슬란드 화산이 유럽에 항공대란과 엄청난 경제적 손실 등 혹독한 시련을 안겼다. 백두산은 화산 폭발 후폭풍이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천 배에 달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으니 생각조차 하기 싫을 정도이다.

백두산이 아이슬란드 화산의 1천 배 위력으로 폭발할 경우 한반도와 중국 등 주변 국가, 나아가 전 세계는 어떻게 될까?

당장 수심 300m가 넘는 하늘못 천지(天池)의 20억t(운문댐 저수량 1억3천500만t의 약 16배)의 물이 높이 2,744m에서 한꺼번에 아래로 쏟아지고, 엄청난 용암과 가공할 화산재, 가스 등이 한반도와 주변 국가에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백두산 폭발 이후 그 속으로 들어가 본다.

◆한반도

일단 바람의 방향이 남동풍일 경우다. 20억t의 물이 마그마와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화산재와 가스 및 분진이 한반도 전체를 뒤덮게 된다. 2,744m라는 높이를 감안하면 화산재, 용암, 가스, 분진 등으로 남·북한 둘 다 직격탄을 맞는다. 화산 폭발 이후 한 달 동안 대구의 팔공산과 비슬산 정상은 거의 볼 수가 없다. 희뿌연 화산재가 겹겹이 대구 하늘을 뒤덮어 버린다. 찬물에 팽창한 막대한 양의 고온 화산재는 멀리까지 날아 태우고 죽이며 폐허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화산재와 함께 물도 파괴적이다. 천지가 품은 물은 무려 20억t에 이른다. 폭발하면 곧바로 대홍수다. 암석을 한껏 품은 라하르(쇄설류), 화산재가 뒤섞인 홍수(화산이류)가 북한 북부를 휩쓸어 버린다.

다음은 용암(마그마)과 가스. 백두산 마그마의 경우 점성이 높은 유문암 성분인데다 화산 가스까지 머금고 있다. 한꺼번에 분출되면 파괴력이 더 커진다. 쉽게 말해 백두산 아래 주변 지역은 흔적조차 없애 버린다는 얘기다.

북한의 경우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주의 국가인데다 '인공'보다는 '자연'을 더 많이 갖고 있어 남한보다는 자연 피해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 문제는 우리나라(남한)다. 산업 피해는 통계학적으로도 각종 기록을 경신할 정도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일단 공항부터 폐쇄해야 하는 직격탄을 맞는다. 이로 인해 물류 차질은 물론 중국의 짙은 황사보다 몇 백배 이상인 화산재의 영향으로 마비 상태에 이른다. 5천만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24시간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모든 일상 생활이 백두산 피해를 떨칠 수가 없다. 또 한반도 생태계는 '대변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야할 상황이라는 게 생태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경북대 지질학과 장윤득 교수는"화산 폭발의 시기는 임박하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피해는 한반도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그 심각성에 대해 "제주도의 화산 폭발은 오름 등에서 알 수 있듯 용암이 흐르는 일부에 국한되지만 백두산은 천지에 엄청난 양의 물이 있기 때문에 마그마와 물이 만나면서 동북아 일대가 화산재로 덮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불이 꺼지지 않은 연탄에 물을 끼얹으면 어떤 폭발력을 나타내는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남동쪽에 위치한 일본은 우리나라 다음의 피해국이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가

주변 국가도 노심초사(勞心焦思). 백두산 폭발 후 북서풍이 불 경우 앞서 예측한 남동풍 하의 한반도 피해를 옮겨 놓은 직격탄이다. 중국은 가장 큰 피해 지역이다. 동북 3성(길림성·요녕성·흑룡강성) 일대가 피해의 한가운데다. 당장 매년 수천억 원의 관광수입을 가져다주는 장백산(중국에서 부르는 백두산의 명칭)이 화산 폭발과 함께 회복 불능으로 망가져 버린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연변 조선족 자치주에서 관리했지만 엄청난 관광수요로 인해 중국 정부가 장백산 관할권을 길림성으로 이전했다. 조선족 동포도 피해를 비켜갈 수 없다. 기자가 지난해 가을 중국 연길시에서 만난 연길 IT밸리 유대진 회장과 맹영균 연길시 안전생산감독관리국장은 "백두산은 우리의 혼과 정서가 흐르는 곳인데 폭발한다면 조선족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길림성 일대가 마비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 역시 중국 다음의 피해를 본다.

◆폭발, '있었다'

백두산이 10세기 중반에 대규모 분화를 일으켰을 때의 분출물 양은 83∼117㎦. 지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1천 배에 달했다고 한다. 지난 20년 동안 백두산을 연구해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울산시교육청 소원주 장학관은 "10세기 중반에 백두산이 대폭발을 일으켰고 그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1천㎞ 이상 떨어진 일본까지 날아갔다"며 "당시의 이 엄청난 폭발은 발해 멸망의 수수께끼를 풀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복,'100년 이상'

"항공운항 1달 만에 재개, 1년 만에 피해 복구, 10년 만에 관광 재개, 100년 만에 생태계 회복."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회복 추정이다. 아이슬란드보다 1천 배 높은 폭발 위험성이 예상된 백두산 폭발의 회복 가늠치는 상상 불허다.

지난 5월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유럽이 난리였다. 길이 1천600㎞, 폭 435㎞ 규모의 화산재가 10㎞ 치솟아 멀리 아일랜드와 영국 공항이 폐쇄됐다. 마그마가 빙하 밑에서 물을 만나 급격하게 팽창해 폭발한 것이 화산재로 인한 피해를 키운 것이다. 에이야프얄라요쿨보다 더 피해가 컸던 것이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 화산재 양으로 보면 피나투보는 에이야프얄라요쿨의 100배였다. 백두산은 그보다 10배가 더 많은 화산재 양이 예상돼 동북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또 피나투보 화산재는 이듬해 지구 기온을 0.5℃ 떨어뜨리기도 했다. 피나투보의 화산폭발지수(M)는 7.1. 10세기 백두산 폭발 시 M은 7.4. 이런 이유 때문에 백두산 폭발은 인류사에 또 다른 재앙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지난 2월 백두산 근방에서 발생한 리히터 규모 6.9의 강진이 지하의 마그마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지적돼 국내외 지질학자들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한국지질학회 교수 및 연구원 상당수도 중국 측 과학자들 조사가 상당히 과학적이고 구체적이라고 평가하는 실정이다. 북한 역시 폭발을 염려해 남한에 지진 관측장비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부산대 지구과학과 윤성효 교수는 "현 시점에서라도 남북 공동연구나 한국, 중국, 일본 등의 국제협력을 통해 지진 전조를 탐지하고 분화 시기와 규모를 예측해 피해를 줄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아이슬란드 폭발(1)→→백두산 폭발 1천 배

▶운문댐 저수량 1억t→→백두산 천지 20억t(대홍수 발생)

▶아이슬란드 화산재(길이 1,600km, 폭 45km)→→백두산 화산재 100배~1천 배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1991)지구기온 0.5℃↓ →→백두산 폭발 0.5℃↓ 이상

▶아이슬란드 폭발 유럽 일대 피해→→백두산 위력 1천 배 시 피해지역 전 세계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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