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포기에 1만 5천 원까지 치솟았던 배추값이 연말에는 폭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산 배추가 쏟아져 들어오는데다 일부 지역의 작황 호전으로 월동 배추의 공급이 전년보다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배추값의 고공 행진으로 소비자가 타격을 받은 데 이어 공급 과잉으로 이젠 국내 배추 재배 농가가 타격을 받게 생긴 것이다. 도대체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4일 농림수산식품부 집계 결과 배추의 소매가격은 포기당 7천600원으로 지난달 말 평균 거래가 1만 2천원보다 37%가 떨어졌다. 도매가의 하락세는 더 빠르다. 서울 가락동 시장의 도매가(10㎏) 기준으로 지난주 2만 923원에서 14일 1만 1천685원으로 일주일 만에 절반가량 떨어졌다. 반입량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중국산 배추의 수입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배추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가격 폭락을 우려해 중국산 배추 수입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민간업자의 수입을 막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연말까지 배추의 수입 관세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에 민간의 수입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12월 출하되는 국내 월동 배추의 재배량도 늘고 있다. 충남과 강원도의 작황은 좋지 않지만 호남과 영남 남해안은 최근 날씨가 좋아 수확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월동 배추의 공급량은 지난해보다 최소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내외 요인이 겹치면서 12월 배추 가격은 지난해 수준(포기당 1천500~1천800원)으로 급락할 수도 있다는 게 농산물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지난해 겨울의 경우 공급 과잉으로 정부가 5만 8천t을 폐기 처분한 바 있다.
이처럼 배추값이 온탕 냉탕을 오가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 부재 때문이다. 배추값 고공 행진은 정책 당국이 작황을 미리 점검하고 대비책을 세우지 않은 탓이다. 그러한 탁상행정이 이번에는 배추값 폭락을 낳을 조짐이다. 생산 부진으로 김장 배추는 18만t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란 게 정부 전망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18만t이라는 전망치는 무슨 근거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산지별 작황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 같은 주먹구구식 수급 정책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골병이 들고 있다. 좀 더 세심하게 앞을 내다보는 정책 판단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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