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박물관이 많지 않은 대구에 11월 자수 전문 박물관인 '박물관 수'(대구 수성구 범어동)가 개관을 앞두고 있다. 이경숙 동재민화연구소장이 민가에서 여염집 여인네들이 만든 자수 1천여 점을 많은 사람과 함께 감상하기 위해 박물관을 연다. 주택가에 있는 레스토랑을 개조해 박물관을 만드는 데 막바지 작업으로 한창 바쁘다.
이 소장의 자수와 첫 인연은 10년 전, 그림을 전공한 이 소장이 작품의 모티브를 찾기 위해 베개 한 점을 구입하면서 시작됐다. 그것을 계기로 자수의 매력에 푹 빠진 그는 지금까지 1천여 점의 자수를 모았다. 대부분 궁중 수가 아니라 민가에서 사용되던 민수(民繡)다. 궁중에서 만들어진 수가 아니면 아무도 관심이 없던 시절이었다.
"조형적으로 아름답고 그 색채가 좋았어요. 유물 자체보다 그 자수가 보여주는 미학적 아름다움이 뛰어납니다. 한국 미술의 정수가 자수라고 생각해요."
동양화와 문화재, 불화와 민화 등을 전공한 그가 사비를 털어 자수 박물관을 여는 이유는 뭘까. 그는 유물이 사회적 재산인 만큼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특히 대구는 개인적으로 유물을 소유하려는 열기는 뜨겁지만 공유하려는 의지나 정책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현재 서울에는 한국자수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박을복자수박물관 등이 있다.
그는 단 한 점의 자수를 보여주더라도 명화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전해주고 싶어 한다. 자수 한 점이 웬만한 미술품 이상으로 감동을 안겨 주며 그 느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박물관을 연다. "제대로 된 조명과 배경 속에 단 한 개의 베개 자수만 걸어놔도 감동을 느낄 수 있어요. 예술 작품처럼 전시하면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볼 수 있죠."
그는 소중한 전통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 1960년대 기계 자수가 도입된 데다 침대를 많이 사용하면서 자수 전통이 사라지고 있는 것. 새마을운동 당시에는 불에 태워 없애버리기도 했다.
그는 자수에 대한 교육과정을 개발해 아이들에게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자수의 세계에 대해 알려주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전통이 사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먼저 느낀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의 보수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전통이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어요. 전통이야말로 현대로 나아갈 수 있는 주춧돌이죠."
최세정기자 사진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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