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한결 차가워지면서 모피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한 계절 앞서가는 백화점에는 벌써부터 다양한 퍼(fur) 제품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모피는 한때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지난해 유독 심했던 한파와 트렌드 등에 힘입어 요즘은 엘레강스 브랜드뿐만 아니라 영캐주얼 브랜드까지 다양한 퍼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덕분에 가격대가 내려가고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의 캐주얼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최근에는 젊은 여성들도 모피제품을 즐기고 있다.
◆모피의 인기, 올겨울에도 계속
2005년 이후 모피가 대중화하면서 모피의 인기는 몇 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것은 지난해 겨울이다. 이상한파와 폭설이 이어지면서 지난겨울 모피 매출은 절정에 이르렀다. 대백프라자점 모피 전문 브랜드 '동우모피'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의 매출이 전년 대비 100% 이상 신장하는 등 모피 부문 매출은 2005년 이후 최대인 70~80% 늘어나는 기록을 세웠다. 백화점마다 최근 몇 년 동안 판매부진으로 쌓여있던 재고가 지난해 겨울 한 시즌에 모두 소진될 정도였다.
특히 지난겨울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 마인드의 변화와 '패션모피'라는 장르의 성공적 안착이라는 조건이 맞물리면서 모피 고객층의 확대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는 이런 모피시장 트렌드 변화가 이어지면서 각 모피 브랜드가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는 것을 비롯해 모피 비전문브랜드에서도 다양한 아이템을 확대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내년 1월 말까지 명품모피 브랜드 우단모피는 50%, 진도모피는 40%씩 각각 세일을 진행한다. 이 밖에 다양한 모피 초대전을 진행하며 영캐주얼에서도 퍼, 무스탕 등 가을, 겨울 인기 아이템을 만나볼 수 있다.
◆올겨울 모피 트렌드는?
지난해는 30대에서 60대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블랙그라마 제품이나 밍크조끼의 모피상품이 인기였지만, 올해는 호피무늬 상품 또는 얼룩말 무늬의 모피상품이 인기아이템으로 부각되고 있다. 색상의 경우 밝은 색상의 펄베이직에서 블랙까지 다양하게 선보이며 여심 잡기에 나선다.
특히 올해는 지난겨울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모피의 종류인 '와일드 퍼'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와일드'라는 단어 때문에 거친 모피를 상상할 수도 있지만 와일드퍼는 오히려 야생적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여러 번의 섬세한 공정을 거친 모피를 말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격은 전년에 비해 원피 가격이 30% 정도 인상되면서 전체적으로 오른 편이지만, 혼수시즌에 맞춰 혼수상품 기획상품전 및 모피 특가전 행사를 노린다면 더 저렴하게 모피를 장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올해는 길이가 짧은 숏 재킷이나 반코트, 기존 모직코트에 모피를 붙인 '패치'형이나 어깨선을 강조하는 '파워숄더'형, 조끼식 '베스트' 등 큰 부담 없이 가볍게 입을 수 있는 모피 제품들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민소매가 아닌 7~8부 소매의 모피상품이 인기를 끌겠지만, 20·30대 젊은층 여성의 경우는 여전히 민소매 모피상품이 인기를 모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 이는 조끼식 스타일의 특성상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었을 때보다 보기에도 날씬해 보이고 보온성은 뛰어난 장점 때문이다. 치마, 바지 정장 또는 레깅스 등의 캐주얼한 의상에 모두 잘 어울리는 것도 인기 요소 중 하나.
조끼형 제품을 입을 때는 퍼가 화려하고 풍성한 느낌을 주는 만큼 다른 아이템은 심플하게 연출하는 것이 좋다. 필요에 따라 굵은 벨트로 허리라인을 강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하의 기온을 밑도는 날씨에는 퍼 재킷이 유용하다. 특히 젊은 여성들에게는 발랄하고 트렌디한 느낌을 주면서도 동시에 우아한 분위기까지 연출할 수 있는 숏재킷 스타일이 인기다. 최근에는 퍼 재킷에도 핑크, 퍼플, 화이트 등 화사하고 과감한 색상이 사용되어 젊은 감각을 살릴 수 있다.
◆고를 때는 신중하게
최근에는 모피를 리폼하는 경우도 많다. 모피가 대중화됐다고는 하지만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보니 부모에게 물려받거나 오래된 제품을 수선해 트렌드에 맞게 변형하는 것.
모피를 수선할 때에는 신뢰성이 있는 모피 전문 수선업체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모피를 리폼하는 방법으로는 구매한 본사로 보내서 수선하거나, 모피를 전문적으로 수선하는 수선전문관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다. 보통 소매를 수선한다거나 치수를 줄이는 가벼운 수선의 경우는 5만~10만원, 전체적인 디자인을 변형하는 비교적 어려운 작업을 원한다면 50만원 안팎이 든다. 대백프라자점 7층에 있는 '수선전문관' 관계자는 "벌써 지난해와 비교해 모피 리폼 건수가 2배 정도 늘어났다"며 "세계적으로 모피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원피(原皮)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돼 고객들이 보유 중인 모피를 재활용하려는 경향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모피는 한 번 구입하면 최소 몇 년 동안 입어야 하기 때문에 구입 시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여성캐주얼 매장 홍진호 파트리더는 "모피를 구입할 때는 털의 감촉이 부드럽고 색상이 선명한 제품, 털의 기장이 짧고 밀도가 높은 제품, 손으로 누르거나 구겼을 때 원상태로 회복이 빠른 제품이 좋다"며 "또 옷이 가볍고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어깨와 겨드랑이가 편하고 착용감이 좋은 제품, 체형에 어울리는 스타일의 제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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