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반 장관님이 UN사무총장에 출마했을 때, 회원국을 대상으로 득표 활동을 돕기 위하여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의 정부를 찾아가 반(BAN)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강두, 김정훈 의원과 함께 갔지요. 일조를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외교통상부 장관 때 이라크에서 선교 활동을 하던 김선일 사건(이슬람과격단체에 납치 살해)에 외교부 장관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하여 불신임 결의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습니다. 저는 부표를 던져 장관 자리를 유지토록 했습니다. 저에게 고맙다고 악수를 청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신과 나의 인연을 들어, 나의 편지를 잘 읽어 달라는 뜻이지요.
반기문 장관도 생각지도 않았던 세계의 대통령, UN 사무총장에 당선되었습니다. 능력이 있어도 UN사무총장은 아무나 될 수는 없지요.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의 외무 장관이 UN의 사무총장이 되지는 못합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나라가 반대해도 UN 총장은 불가한 일입니다. 작은 나라, 대한민국의 외무 장관이 UN 사무총장이 되었습니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전쟁으로 수백만 명이 죽고 1천만 명의 이산가족이 되었지요. 남북 간에 휴전선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백만 군인이 대치되어 있는 나라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된 나라이고 분쟁의 당사국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OECD에 가입했지요. 남북 간 철도를 잇고 북한 땅 개성에 남쪽에서 공업단지를 만들고 북쪽의 금강산 관광지를 개발하여 수십만의 남쪽사람들이 북쪽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데올로기를 극복했다는 말이지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적대국 북한에 대해 이데올로기의 한계를 넘어 평화를 위한 노력이 돋보여 큰 경쟁자 없이 무난하게 UN 사무총장에 당선된 것 아닙니까? 개인적 영광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한민국의 자랑이었지요.
UN의 대통령도 잘하고 있습니다. 고질적인 사무국 직원에 에워싸여, 또 강대국 틈새에서 운신의 폭은 좁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뉴스를 통해 듣고 있습니다. 세계의 빈곤 국가는 선진국 책임이라고 선진국 지도자를 설득하는 일, 지구 환경문제, 기후변화에도 관심을 갖고 북극을 방문하는 일, 분쟁국 출신의 UN 총장으로 분쟁 지역에 찾아가서 희생자의 가족을 위무하는 모습도 보기가 좋았습니다. 지나치게 미국 쪽에 손을 들어주어 미국의 대변자라고 비판을 듣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파리에 갔을 때 아프칸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를 보았습니다. 반전 시위자 손에 플래카드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습니다. "Terror is the War of the Poor, War is the Terror of the Rich." (테러는 약소국의 전쟁, 전쟁은 강대국의 테러.) 맞는 말이지요. 9'11테러를 합리화할 수 없듯이, 그 보복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하여 수십만의 무고한 사람을 죽인 전쟁도 잘한 일은 아니지요.
저는 산청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올해는 너무 비가 많이 와서 벼농사를 제외하고는 밭농사가 흉년입니다. 배추 한 포기가 1만원이 넘는다고 해서 야단이었습니다. 정부는 중국 산둥 반도에서 배추를 수입하여 긴급 대응하고 있습니다. 좋은 시절이지요. 쌀도 아니고, 배추가 없다고 수입해서 먹게 되었으니 반 총장님이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안 되는 이야기 아닙니까?
영토 분쟁 말입니다. 피를 흘리고 전쟁을 한 분쟁 지역만도 지구상에 39개 지역이 넘습니다. 영토에 관한 한 한 치의 땅도 양보 못하는 것이 주권국가의 속성입니다.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가 서로 자기 영토라고, 중'일 간에 외교 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 무인도가 중국의 것인지 일본 영토인지 가릴 이유도 없고, 따진다고 저의 말을 듣겠습니까? 매우 불안합니다. 독도(다케시마)와 댜오위다오의 경우가 매우 비슷하니까요. 미'일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일본 땅이 된 것, 역사 속 무관심했던 무인도, 해저자원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 등이 그러합니다.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를 수출제한 한다 하니, 일본이 손을 들었습니다. 배추까지 수입하는 한국은 무역을 안 하겠다 하면 3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 분쟁지역을 해결하지 않고는 세계 평화는 없는 것이지요. UN 사무총장의 권한이 한정되어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UN에서 강대국을 설득할 수 있는 안(案)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영토분쟁, 당사국 간에 해결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박찬석 전 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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