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결혼 후 되찾은 질주 본능, 30년동안 100회 입상

"달리기는 내인생" 정복희씨

육상으로 20대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정복희(53) 씨가 대구시민운동장 트랙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육상으로 20대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정복희(53) 씨가 대구시민운동장 트랙에서 힘차게 달리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20대 몸매에 30대 초반의 신체 연령을 가진 52세의 주부. 지난 9일 대구시민운동장 트랙에서 만난 정복희(대구 북구 복현동) 씨의 모습이다.

정 씨는 지난달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0 대구'경북 시'도민육상대회에서 여자부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대구 북구 대표로 나서 100m와 4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2년 연속 2관왕을 차지한 그는 2년 연속 최우수선수상을 받는 영예도 누렸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정 씨의 몸은 육상으로 만들어졌다. 어릴 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는 그는 엘리트 육상선수로 활동하지 않았지만 육상인의 삶을 살아왔다.

"경남 창녕군 대합면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산을 넘어 학교를 다녔습니다. 자연스레 걷고 뛰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됐지요." 그는 초교 시절 공 던지기 창녕군 대표로 경남도민체전에 출전했다. 이어 현풍여고(현 포산고) 시절에는 육상 100m 달성군 대표로 경북도민체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결혼 후 세 아이(1남2녀)를 키우면서 잠시 잊었던 정 씨의 육상 본능은 30대 초반 다시 살아났다.

"아이를 낳은 후 몸무게가 늘어 나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침 운동으로 달리기를 시작해 지금까지 거의 매일 5km씩 달리고 있습니다."

1991년 10월 열린 제9회 매일신문주부달리기대회는 육상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됐다.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뛰는 것이 생활화 됐다는 것. 대구생활체육 육상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100여 차례 대구 대표로 각종 생활체육대회에 출전했으며 100m와 400m 계주, 멀리뛰기 등의 부문에서 3위 이내 입상도 100회 정도 했다.

정 씨는 단거리뿐만 아니라 마라톤 부문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2003년 대전한밭마라톤대회 참가를 시작으로 70여 차례 전국에서 열린 각종 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8차례 풀코스(42.195km)를 완주하며 2008년 서울국제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43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10km와 하프 코스에서 10여 차례 우승하는 등 마라톤 입상 경력도 화려하다.

최근에는 대구 북구지역 생활체육 육상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07, 2008년 북구 육상연합회 회장을 맡아 활동했으며 현재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아침 시간대에 열리고 있는 북구 구민 건강달리기교실에서 5년째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육상 지도자 일을 계기로 정 씨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지난해 대구과학대학 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 전문적인 공부에 도전한 것이다.

"체계적인 지식 없이 가르치다 보니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지도자로서 제 역할을 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졸업하는 정 씨는 입학금만 내고 줄곧 장학생으로 학교를 다녔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3급)을 딴 그는 내친 김에 기회가 닿는다면 4년제 대학 스포츠학과의 편입학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은 육상 경력 덕분에 정 씨는 미국의 세계적인 육상 여자 단거리 스타였던 '그리피스 조이너'(1988년 서울 올림픽 3관왕으로 1998년 사망)라는 영광스런 별명도 얻었다.

정 씨의 가장 친근한 육상 동반자는 남편 여상택(53) 씨다. 여 씨는 북구 육상연합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정 씨가 출전하는 대회를 따라 다니며 사진을 찍어주고 기록도 정리해주고 있다.

정 씨는 내년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내년 대회가 열리면 당연히 경기를 보러 가야지요. 육상을 좋아하다 보니 누구보다 대회가 기다려집니다. 학생으로서 할 일도 있을 걸로 봅니다."

정 씨는 "학과 교수가 참여하는 도핑 분야에서 자원봉사자로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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