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 그랑프리 인터내셔널 서킷(circuit·경주용 트랙).
요란한 공회전 음을 내며 출발선 뒤에서 꿈틀거리던 F1 머신(경주용자동차)들이 레이스 출발을 알리는 초록색 깃발이 올라가자 고막을 찢는 굉음과 함께 일제히 튕겨져 나간다. 750마력 짜리 엔진 수십대가 동시에 출력을 최고로 높이자 시속 100㎞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2.4초. '괴물'들이 서킷을 뛰쳐나가면서 경기장을 가득 메웠던 관중의 함성은 엔진음에 묻혔다. 시야에서 멀어지자 타이어 타는 냄새가 자욱하다.
◆세계 3대 스포츠=22일이면 최고시속 320㎞로 질주하는 자동차들의 경주를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지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 F1(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의 무대가 되는 전남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다.
F1은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로 불리는 모터스포츠의 꽃으로, 지난 1950년 공식 출범한 후 연간 400만 명의 관중에 TV 시청자 수만 6억 명에 달하는 메머드급 월드 이벤트다. 코리아 그랑프리는 올해 열리는 '2010 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십'(Formula 1 World Champion ship) 의 19개 대회(라운드) 가운데 17번 째(10월22~24일)로 열리는 대회로, 우승 향방을 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구촌 F1 마니아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영암 서킷은 지난 11일 국제자동차연맹(FIA)의 경주장에 대한 최종 검수를 통과, 서킷과 안전시설 설치가 모두 끝났고 대당 100억원이 넘는 F1 '머신(machine)'의 경주장 입성(入城)도 마무리됐다. 전 세계를 통틀어 24명으로 좁혀진 드라이버들도 속속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 코리아 그랑프리의 경우 특히 상위 5명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0일 끝난 일본 그랑프리까지 마크 웨버(호주·레드불 레이싱팀)가 220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2위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페라리·206점), 3위 세바스찬 베텔(독일·레드불 레이싱·206점), 4위 루이스 헤밀턴(영국·맥라렌·192점), 5위 젠슨 버튼(영국·맥라렌·189점) 등이 뒤쫓고 있다. 상위 5명의 선수들은 점수 차이가 크지 않아 코리아 대회를 포함한 세 차례 경주를 통해 시즌 챔피언에 오를 각오를 다지고 있어 영암 경기에 대한 관심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대회 준비는 어떻게=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최지인 전남 전체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시내 주요 도로와 교통섬, 교차로 등에는 플래카드와 현수막 물결에 형형색색의 꽃탑이 외부인들을 맞고 있으며 호프집, 식당, 찻집 등에서는 'F1 개최 환영'등의 문구를 내걸고 F1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F1대회 조직위는 대회가 열리는 3일 동안 총 23만2천여 명의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결승전 당일에만 12만4천여 명의 관람객에 3만1천여 대의 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환승 주차장과 셔틀버스를 연계한 종합적인 교통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숙박대책으론 광주·전남지역에 8만 명이 수용 가능한 3만8천870실을 확보했으며 광주·전남지역 호텔·리조트(290실), 모텔(9천982실)·한옥민박(480실) 등 1만3천689실이 예약돼 있다.
대규모 이벤트도 준비됐다. 20일부터 4일간 경주장 인근 목포에서는 람보르기니·페라리 등 슈퍼카 퍼레이드가 펼쳐지며 20일부터 5일간 전남 영암과 목포에서 투애니원(2NE1)과 DJ DOC, 유키스 등이 등장하는 인기가수 공연이 매일 열린다.
영암 F1 경주장에서는 23~24일 메인그랜드스탠드 상공에서 항공기 T-50 8대의 에어쇼가 펼쳐진다.
F1대회 조직위원회 박봉순 홍보팀장은 "단순한 자동차 경주대회가 아닌, 전남이 갖고 있는 추억의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스포츠와 어우러진 최고의 온 국민 문화대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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